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영공이 막히면서 길어진 항공기 운항 시간이 겨울철 맞바람을 맞아 더 늘어나며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뉴욕 등 미국 동부 도시 출발 항공기가 맞바람을 거슬러 오느라 운항 시간이 승무원 최대 근무시간(16시간)을 넘기며 일본에 긴급 착륙해 승무원을 교체한 뒤 다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동부 등 장거리 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토교통부 및 조종사 노동조합 등과 함께 겨울철 장거리 노선 운항시간 연장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국토부 항공운항과 담당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10월 말부터는 미국 동부를 출발해 인천으로 오는 항공기 운항시간이 16시간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협의 중이다. 항공사 노사가 먼저 협의해 대안을 만들면 국토부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상공이 막힌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 상공을 우회하는 과정에서 인천~미국 동부 노선 운항시간이 1시간30분~2시간45분 가량 늘어났는데, 겨울철을 맞아 맞바람(상층풍)이 불기 시작하며 미국 동부발 인천행 항공기들의 비행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겨울에는 미국발 항공기들이 맞바람을 거슬러 비행해야 해, 비행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며 “뉴욕·애틀란타·워싱턴·보스턴 등 미국 동부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기의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러시아 항공을 경유하지 않는 한 겨울철 맞바람으로 비행시간이 늦어지는 상황을 피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러시아 영공 통과 대신 알래스카와 태평양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를 사용해 편도 기준 비행시간이 1시간~1시간40분 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본·캄차카반도 아래 북태평양 항로로 노선을 변경해 운항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겨울철 상층 맞바람은 항상 있지만,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항로로 갈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항공기와 항로에 따라 다르지만, 유류비도 평균 15% 정도 더 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뉴욕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OZ 221)이 맞바람을 거슬러 오느라 길어진 비행시간 탓에 일본 나리타공항에 착륙해 승무원을 교체한 뒤 인천공항으로 출발하기도 했다.
현행 항공안전법상 운항 승무원(기장 2명과 부기장 2명)들의 1회 최대승무시간은 16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명으로 돼 있는 승무원 정원을 5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쪽은 “노조 차원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밝혔다. 객실 승무원들은 중간에 교대로 쉬게 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이 초과되지 않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노사 협의 내용에 따라 운항기술기준개정 고시에서 허가하고 있는 ‘특별비행근무계획 인가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조종사들은 노동권 침해 소지를 들어 승무원 정원을 늘리기보다 중간 기착지 공항을 경유하는 편을 선호하고, 항공사 쪽은 공항 이·착륙 비용과 유류비 등을 고려해 경유하지 않는 방안을 선호한다.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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