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북 진천에 자리잡은 19만㎡ 규모의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공장. 머리와 신발에 각각 캡과 커버를 씌우고 들어선 셀·모듈 공장 내부에선 완전 자동화된 공장답게 간간히 기계음만 들려왔다. 불산·염산·초순수 등으로 회색빛의 탁한 웨이퍼(폴리실리콘 결정, 셀의 원재료) 표면을 닦아내자 태양전지 셀 고유의 반짝거리는 파란빛이 돌았다.
일일 생산량 200만장의 웨이퍼에는 각각 한화솔루션 고유 마킹도 돼 있다. 셀 공정 진행 전 각 웨이퍼마다 정보무늬(QR)를 레이저로 새겨 셀마다 고유의 인식코드를 부여하는 식인데, 이 마크로 공정·생산·품질 관리를 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관련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후 삼발이 같은 기계가 얇은 셀을 들어올려 이동시키고, 다시 이 셀을 자르고 이어붙여 2.4mx1.1m 크기의 모듈을 만들어 전기 계측 장비를 심은 뒤 유리를 얹는다. 이 공장의 셀 생산라인은 12개, 모듈 생산라인은 8개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선 셀 효율을 끌어올려 모듈 설치 면적 대비 전력 생산량을 높이는 기술 개발 결쟁이 한창이다. 한화솔루션이 이날 기술 개발 로드맵 공개와 함께 공장 내부를 언론에 공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4월부터 기존 퍼크(PERC) 셀보다 전력 생산 효율을 1%포인트 이상 높인 탑콘(TOPCon) 셀을 상업화할 예정이다. 이를 목표로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 용량의 탑콘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셀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하고 빛을 반사해 발전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평균 효율이 23% 수준이다. 이어 개발된 탑콘은 셀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해 발전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제품 기준 효율이 24.4%다. 진천공장에서는 내년 4월부터 연간 퍼크셀 3.9GW, 탑콘 셀 1.5GW를 각각 생산한다.
탑콘 다음 세대 셀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탠덤 셀도 개발 중이다.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한다. 광물인 페로브스카이트는 생산 단가가 낮고 에너지 전환 효율이 좋아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탠덤 셀의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 빛을, 하부 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 빛을 각각 흡수한다. 서로 다른 영역대의 빛을 모두 흡수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기존 실리콘 기반 셀의 발전 효율 한계가 이론상 최대 29%를 넘기 어렵다고 보지만, 탠덤 셀의 이론상 한계 효율은 44%이고, 양산 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셀. 유리성분이지만 직접 만져보면 매우 얇은 철판같이 느껴진다. 한화솔루션 제공
한편, 삼성증권은 13일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2021~2027년 107% 성장할 전망이며, 특히 미국 수요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법 시행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연료 공급 차질 영향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미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1.7GW 규모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3.1GW의 생산량이 확보될 예정이다. 진천공장 회의실 벽면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정규창 한화큐셀 파트장은 “탠덤 셀을 개발하기까지 약 3~4년의 시간이 남았지만, 국내 보급 확대 노력에 이어 새로운 시장도 개척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진천 사업장의 태양광 수출액은 올해 1조7천억원에서 내년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진천/글·사진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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