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분말 상태의 전구체를 확대한 모습. 지름 15~18 마이크로미터 크기이며, 종류에 따라 검은색 또는 녹색을 띤다. 전구체에 수산화 리튬을 섞어 소성(불에 굽기)하면 양극재로 변해 배터리 소재로 쓰인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제공
니켈과 코발트 등 원료를 수입해 2차전지용 전구체를 제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회수해 전구체를 만드는 사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사용후 전지 재활용을 넘어 원료 추출 뒤 전구체 생산으로 이어가는 사업은 아직 국내 사례가 없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를 위해 5년간 301억원을 투자하고 30명을 새로 고용할 계획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이런 사업 재편 계획안은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에서 신규로 승인을 받아 정부로부터 일정한 지원을 받게 된다. 사업 재편 제도는 2016년 만들어진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전구체는 어떤 화학반응을 통해 특정 물질을 만들 때, 최종 물질이 되기 직전 단계의 물질을 말한다. 2차전지에서는 용량과 수명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물질로 꼽힌다. 배터리 원가의 40%를 양극재가, 이 양극재 원가의 70%가량을 전구체가 차지하고 있다 한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 등을 녹인 금속 용액에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침전·세척·건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미세한 분말 형태의 전구체에 수산화 리튬을 섞어 소성(불에 굽기)하면 양극재로 탄생한다.
산업부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사업 재편에 대해 “해외 원료 의존 최소화로 공급망을 강화하고, 폐배터리 활용으로 탄소 발생량을 줄이며, 재활용품 사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김동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소재개발팀장(공학박사)은 ”원료를 수입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30~40% 싸게 원료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재편을 위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투자 규모 및 신규 고용은 현재 자산(3712억원) 및 고용(352명)의 9% 수준에 이른다.
이날 사업 재편 계획 심의위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외에 미래차·바이오·친환경 분야 16개사도 계획안을 승인받아 정부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사업재편 승인을 받은 기업은 331개사로 늘었다.
이날 사업 재편 승인을 받은 17개사 중 바이오·농업 분야 기업 에르코스는 영유아 이유식 제조 분야에서 벗어나 식물성 대체육 식품시장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유식을 만들던 노하우에 바탕을 두고 ‘콩고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에르코스는 이런 사업재편을 위해 5년간 33억원을 투자하고 62명을 신규로 고용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현재 자산(374억원)의 9%, 신규 고용은 현 고용인원(166명)의 37%에 이른다. 산업부는 “대체육 국산화를 통한 식량안보 강화, 육류 대체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사업 재편 제도는 정상 기업의 선제적·자발적 사업구조 재편을 뒷받침해 사후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사업 재편 승인 기업은 구조변경과 사업혁신을 추진하는 조건으로 상법·공정거래법상 절차 간소화와 규제 유예, 연구개발(R&D)·금융·컨설팅·세제 따위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받는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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