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나라 에스케이이엔에스(SK E&S)와 일본 제라(JERA)와 손잡고 바로사-칼디타 가스전(이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추진해온 호주 산토스가 원주민들과의 소송에서 졌다. 원주민들과 협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다시 진행해야 하는 원주민들과의 협의 절차로 마무리될 때까지 중단된다.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천연가스 시추와 탄소 포집·저장(CCS) 등을 2025년까지 완성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는데, 원주민들의 반대로 가스 시추 공사부터 막히게 됐다.

21일 에스케이이엔에스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은 바로사 가스전 인근 티위섬 원주민들이 지난 6월 현지 환경단체와 함께 낸 ‘바로사 가스전 시추 작업 환경 계획 승인 허가 취소’ 소송 재판에서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에스케이이엔에스 쪽은 재판 결과에 대해 “호주 해양석유안전환경청(NOPSEMA)과 산토스 등 사업자들이 원주민들에게 이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판결로 바로사 가스전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알리나 레이킨 호주 환경보호국 특별고문은 <에이비시>와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원주민들의 큰 승리이자 국내(호주) 최대 광산업체 중 한 곳과 맞서 그들의 힘과 헌신을 증명한 것”이라며 “오늘의 결정은 석유와 가스 회사들에 통보하게 된다. 기업들은 바다에서 시추하기 전에 원주민과 수행해야 하는 협의에 대해 새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토스는 판결 직후 누리집에 올린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다. 호주 해안석유환경청(NOPSEMA)이 (지난 3월) 우리의 활동에 대한 환경계획을 수락하기로 결정했을 때 규정에 따라 티위섬 주민들과 협의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수락했다”며 “우리의 국제 합작 투자 파트너와 고객, 업계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항소하면 연방법원에서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항소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산토스와 함께 바로사 가스전 사업을 진행해 온 에스케이이엔에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협의 절차를 다시 밟고 인허가 단계를 진행하라는 것이 호주 법원의 판단”이라며 “시추 작업은 다소 지연되겠지만, 2018년 승인받은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여전히 유호하다. 2025년 무렵으로 종료가 예고돼있는 사업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며, 가스 생산에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