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일 부산항 신항 4부두에서 23만t급 HMM 로테르담호가 수출화물을 선적하고 있다. 수출화물과 환적화물을 가득 실은 HMM 로테르담호는 이날 부산항 신항에서 국적 원양 선박으로 처음으로 출항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등했던 해운 운임이 최근 들어 급락 추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니 해운 호황도 끝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부두 봉쇄 등이 이어지며 해운 운임을 끌어올렸던 상황이 해소된데다 경기 침체로 물동량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19일 한국관세물류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312.65로 전주에 비해 9.7%(-249.47) 떨어졌다. 이 지수는 글로벌 해운 운임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상하이해운거래소는 15개 노선의 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스폿) 운임을 토대로 매주 금요일마다 이 지수를 산정해 발표한다.
이 지수 추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운업체들이 누려온 전례없는 호황이 정점을 지나 꺼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해운 운임 지수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의 저가운임 정책에 따른 ‘치킨게임’ 영향으로 오랜 기간 1000을 밑돌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부터 지수가 급등하면서 2021년 1월 2800을 넘어 그 해 7월에는 3900을 기록했고, 올해 1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5100를 넘었다.
이에 힘입어 유일한 원양 국적 선사 에이치엠엠(HMM)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50% 증가한 7조원을 넘고, 올해 들어서는 한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한해치를 넘어서는 등 해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이후에는 14주 연속 하락하며, 2020년 12월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3분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선물 등을 실어나르는 때라 해운 쪽에서는 성수기로 꼽히지만 지수 하락은 이어졌다.
업계는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운임이 정상화하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선사들의 영업이익이 매우 높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 바닥이었던 운임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요금이 정상화되어가는 흐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전후해 지수가 1000부터 5000까지 널을 뛰었는데, 평상 시 정상적인 운임으로 안정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부산항만공사는 ‘글로벌해운물류동향’ 9월호에서 “제10위 선사인 이스라엘의 짐(Zim)은 그동안 과열되었던 정기선 해운시장이 정상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만선 운항 중이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지난 18개월(코로나19 기간)처럼 롤오버(선적하기로 한 배에 화물을 싣지 못하고 다음 배에 실리는 경우)나 오버부킹(초과예약)하는 경우도 현저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기침체 우려로 앞으로는 물동량도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지난 여름 정부에 “전세계적으로 물동량이 줄어들며 해운업이 ‘역성장’을 할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개발원의 한 연구원은 “개인이 쓸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떨어지기 때문에 컨테이너선을 통한 실물경제 상품의 이동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온 해운사들의 운임 수지 흑자 폭이 줄면서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 7월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7월 경상수지 흑자가 10억9천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운송이 18억4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했는데, 요금이 하락하면 그만큼 흑자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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