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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힌남노, 전기차 강타…포항서만 생산하는 ‘전기강판’ 수급난

등록 2022-09-15 16:51수정 2022-09-16 08:00

차·조선 업계, 포항제철소 사태 장기화 대비 나서
차 강판·조선 후판은 수급 다변화로 영향 적지만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전기강판’은 수급난 우려
지난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기강판 공장의 모습.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제공
지난 14일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기강판 공장의 모습.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제공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당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일부 공정의 가동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요 철강제품 수요처인 자동차·조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동 중단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새 수급처를 모색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모터에 쓰이는 전기강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항제철소만 생산하는 품목이어서 대체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철강제품 가격과 차 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15일 <한겨레>와 만난 자동차·조선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에 따른 영향에 대한 질문에 “쌓아둔 재고를 소진하면서 시간을 벌고, 서둘러 수급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는 국내 조강(제강공정에서 나온 강철 덩어리) 생산량의 30%(지난해 기준)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데, 힌남노로 공장 대부분이 침수돼 고로를 제외한 후공정이 가동 중단 상태이다. 완전 정상화까지는 6개월 가량 걸릴 전망이다.

철강제품 수요처 가운데 조선업 쪽은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 때 조업을 멈추면서 후판 재고가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제철에서,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포스코에서 주로 조달해왔다. 조선업계는 이미 국외에도 후판 수급처를 마련해 둔 상태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과거 후판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일본, 중국에서도 후판을 수입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대제철과 해외 물량을 늘리면 된다. 선박 건조를 중단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쪽은 전기차 생산 여부에 따라 업체간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자동차 차체 생산에 사용되는 강판은 큰 타격이 없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차 강판을 주로 현대제철에서 받고, 르노코리아·한국지엠(GM)·쌍용차는 물량 대부분을 포스코에서 받는다. 포스코는 이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해,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사태와 상관없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전기강판이다. 전기강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된다. 전기강판은 전기차 부품인 전기모터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전기차의 전기모터에는 모두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전기강판이 사용된다. 현대제철은 아직 전기강판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침수로 포항제철소의 전기강판 1·2·3공장 가운데 3공장만 가동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외에서 새 수급처를 찾더라도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데는 몇달이 걸릴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스펙(고객 요구조건)이 같은 전기강판이어도 실제 제품에 쓰려면 거쳐야 할 테스트가 많아서 바로 생산에 투입할 수 없다. 급하면 조금 빠르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원칙대로 하려면 새 부품을 적용하기까지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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