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 화학·바이오 계열 지주회사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에스케이케미칼 지분 일부 공개매수 계획을 공시한 것을 두고, 지분 매수 가격이 자산가치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창원 에스케이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에스케이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막내아들로, 최태원 현 에스케이그룹 회장과는 사촌 간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에스케이디스커버리는 에스케이케미칼 주식 92만주(5.22%)를 오는 21일까지 주당 10만8800원에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이사회 결의일인 지난 1일 종가 9만4600원보다 15.01% 할증해 매수 가격을 정했다. 에스케이디스커버리는 공개매수 목적으로 ‘연결 자회사 편입 추진을 통한 경영성과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다. 에스케이디스커버리는 에스케이케미칼 지분 34.83%를 가진 최대주주인데, 이번 공개 매수가 성공하면 지분율이 약 40%로 늘어난다. 이 경우 에스케이가스와 에스케이플라즈마에 이어 에스케이케미칼까지 연결 자회사로 둘 수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가격의 적정성과 이사회 독립성 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에스케이케미칼은 2018년 백신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 뒤 지난해 3월 상장시켰다. 이 과정에서 에스케이케미칼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초 40만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9만∼1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다. 이 날 에스케이케미칼 시가총액은 1조8천억원으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의 8조1천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공개한 에스케이케미컬 지분 매수 가격에는 에스케이케미칼이 보유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지분 68.43%의 가치가 반영돼 있지 않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분석가는 “에스케이케미칼이 보유한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지분 가치는 5조8천억원에 달한다”며 “주가로만 따진 공개매수 가격은 에스케이케미칼 시총보다 조금 높은 1조9천억원으로 평가한 것이어서, 보유 주식 가치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이에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에스케이케미컬 지분을 헐값에 매수하려 한다는 의심이 나온다. 에스케이디스커버리 쪽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과거 소액주주에게 손실을 가져온 2018년 물적분할과 2020년 상장(IPO)을 의결한 에스케이케미칼 이사회의 독립성이 더욱 의심받게 됐다. 현재 에스케이케미칼 이사 7명 가운데 김철 사장 등 사내이사 2명과 안양호 전 행정안전부 차관 등 4명의 사외이사가 분할 상장 안건에 찬성했다. 에스케이케미칼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주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결정돼 문제가 없다”며 “향후에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에스케이케미칼은 올해 들어 국내 운용사 안다자산운용이 소액주주들과 손잡고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에스케이디스커버리의 지분 공개매수 계획이 발표됐다. 최남곤 분석가는 “(에스케이디스커버리가 에스케이케미컬 지분) 공개매수 전에 에스케이케미칼이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특별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향후 에스케이케미칼이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일부를 매각해 특별 배당을 실시할 경우, 에스케이디스커버리는 에스케이케미컬 지분을 싼값에 인수한 것에 더해 특별배당 이익까지 챙기게 된다는 뜻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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