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5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고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4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어,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을 이끈 단기 요인으로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수지 악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들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원화를 포함한 다른 나라 화폐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는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내년 말까지 긴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으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강화됐고, 다른 국가와의 상품·서비스와 자본거래 등 국제수지 악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유류·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원화 약세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환율임에도 수출 증가와 이에 따른 기업의 이익 증가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화가치가 하락해 과거와 같은 고환율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외화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증가해 투자가 위축되고, 고환율로 수입 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한다는 기대가 형성되면, 외국인 투자도 줄어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고환율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원유 관세 인하와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기업 금융 비용 경감 및 환율 변동 보험 한도 확대, 소비·투자·수출 진작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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