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누리집 갈무리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하청지회가 51일간 파업을 벌인 이후 ‘분리매각’ 방안이 거론되는 등 대우조선해양 민영화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 분위기가 감지된다. 잠수함 등을 만드는 특수선 사업부와 상선 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는 분리매각에 대해 노동조합은 상선 사업부를 해외 자본에 매각하려는 꼼수라며 반대에 나섰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상선 사업부를 해외에 매각하지 않는다면 분리매각은 해볼 만한 시도라는 견해를 밝혔다.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29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의 분리매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분리매각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분리매각을 처음으로 공식 언급한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간 분리매각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의 핵심기술이 중국 등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분리매각에 반대한다. 대우조선해양 사업부는 크게 상선·해양·특수선으로 나뉜다. 특수선은 잠수함 등을 생산하는 방산 사업이다. 방산 사업을 떼어내면 상선·해양 사업부의 해외 매각 가능성은 높아진다.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좁히려는 중국 또는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싱가포르가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조선업 특성상 특수선과 상선 사업부를 분리할 경우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노조가 분리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다.
김태정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국민의힘을 접촉했는데 대우조선을 2∼3년 운영하다가 경영상태가 좋아지면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하청지회 파업을 기점으로 정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분리매각은 곧 해외매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 조선기술은 중국·싱가포르보다 3∼5년 앞서 있는데, 이 기술이 통째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매각 방안을 배제한 채로 분리매각은 시도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년간 대우조선 매각이 실패한 상황에서 분리매각을 통해 판매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시도해볼 법하다”며 “물론 상선 사업부를 경쟁자인 중국이나 일본 자본에 넘기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상선 사업부 보유기술이 해외 유출 시 안보·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해 해외매각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관하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해외에 매각되는 국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단한 뒤 매각 가능 여부를 가린다. 산업부 관계자는 “특정 기술에 한정해 국가핵심기술인지 심의해보는데, 위원회의 논의 범위가 (기술만으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해당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살피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외매각이 추진될 경우 특정 기술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 한국 조선업에서 차지하는 의미까지 고려해 매각을 금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리매각을 하면 특수선과 상선 사업부 간의 시너지가 떨어지지만 각각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매각이 수월해질 수도 있다”며 “다만 상선 부문에서 액화천연가스(LNG)가 국가핵심기술로 분리돼 해외매각이 쉽지 않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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