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9년 CES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 `젬스'(GEMS). 삼성전자 제공
서비스 로봇 시장에 전자업체 삼성전자·엘지(LG)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까지 뛰어들었다. 세 업체 모두 로봇을 새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있지만,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로봇 시장은 자동차·반도체 공장 등 제조 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물류·의료·국방 및 개인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나눠진다.
23일 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로봇 시장은 243억달러 규모로 2015년 이후 연평균 9% 성장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111억달러로 산업용 시장보다는 작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0%로 더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은 8600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주요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로봇 시장은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제조현장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과 물류·의료·국방과 개인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로봇 시장으로 구분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분석가는 “서비스 로봇은 코로나를 겪으며 충분한 시장 잠재력을 입증했다”며 “서비스 로봇은 성장 초기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운동 보조 웨어러블 로봇 ‘젬스’(GEMS)를 시작으로 해마다 새 로봇을 선보이면서도 시장 진출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출시작을 젬스로 정했지만,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올 들어 CJ대한통운에 공급하는 ‘LG클로이 캐리봇’. LG전자 제공
엘지(LG)전자는 2019년 일찌감치 음식 조리 로봇 ‘엘지 클로이 셰프봇’을 시작으로 서비스 로봇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미 엘지 클로이 서브봇·바리스타봇·가이드봇 등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씨제이(CJ)대한통운과 업무협약을 맺고 물류 로봇 ‘엘지 클로이 캐리봇’을 공급하기로 했다. 앞서 엘지전자는 2018년 로봇사업 관련 부서를 ‘로봇사업센터’로 합쳤고, 2020년엔 이를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내 로봇사업담당으로 확대했다. 또한 2018년 로보스타를 인수해 산업용 로봇 시장에도 진출했다.
삼성전자가 소비자 상대로 하는 비투시(B2C) 형태로 서비스 로봇 사업의 가닥을 잡은 반면, 엘지전자는 사업자와 손잡는 비투비(B2B)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으로 신중한 태도라면, 엘지전자는 직접 제품을 내놓으며 기업을 상대로 기능과 활용성을 설득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뢰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엘지전자 쪽은 “자율주행 센서 등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엘지화학이 2000년 개발에 착수해 2009년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에 전기차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장을 개척한 반면 삼성에스디아이(SDI)는 소형전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2009년 베엠베(BMW)와 2013년부터 공급하기로 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고객을 하나둘 늘려가는 모습과 비슷하다. 김지산 분석가는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시장성과 수익성 검증을 중요시하고, 이후엔 자본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통해 빠르게 추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현대차 제공
전통의 라이벌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이번에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다시 맞붙은 셈이다. 여기에 현대차마저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2020년 인수해 뛰어들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지난해 기아 광명공장에 투입돼, 공장 안전 서비스 지원하는 목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협업을 통해 사람의 안전과 편의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의 융복합이 진행되면서 어제의 ‘고객’이 오늘의 ‘경쟁자’가 된 셈이다.
김영우 에스케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로봇 산업 전망이 아주 밝지만,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오토스토어 등 선진 기업과의 격차가 아직 큰만큼 국내 업체간 시장선점 경쟁도 매우 치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