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내정자. 한겨레 자료사진
‘원자력계 원로’로 불리는 황주호(66)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에너지·환경단체 등에선 미국 원전업체 뉴스케일의 사외이사 후보에 오를 정도로 원자력 산업계와 인연이 깊다는 평가를 받아온 점을 들어, 원전 안전보다 원자력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춰 한수원을 경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황 위원을 한수원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고, 한수원은 19일 오전 임시주총을 열어 이를 승인했다. 황 내정자는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취임할 예정이다.
황 내정자는 1982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경희대 교수로 근무하며 국가에너지위원회 갈등관리위원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태스크포스(TF)’ 팀장(2008년), 에너지기술연구원장(2010~2013년), 원자력학회장(2016년), 한수원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2019년) 등을 지냈다. 2020년 경희대 교수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원전안전자문위원장(2021년)을 지냈고, 이후에는 원자력진흥위원회 위원을 맡아왔다.
원자력 쪽은 황 내정자에 대해 “리더십이 뛰어나고, 소형모듈원전 쪽에 관심이 많다”고 평가한다. 한 원자력 전공 교수는 “황 내정자는 탈원전 반대 목소리를 내며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개발과 관련한 기여를 많이 했다”며 “(리더십이 뛰어나다는 평가는) 연구원장·학회장·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다는 게 높게 평가된 듯 싶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에 맞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내는 그룹이 있었지만, 황 내정자는 그들과 행보가 달랐다. 그렇다고 탈원전 정책에 동조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에너지·환경단체 등에선 황 내정자를 두고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안전을 경시하는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원자력 산업계, 공기업, 정부가 얽혀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해왔는데, 산업계와 이해관계가 있는 분이 사장을 하는 것은 누가봐도 적절하지 않다”라고 짚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한수원 내 원전안전자문위원장은 원안위를 상대로 안전과 관련해 한수원쪽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황 전 교수가 사장이 되면 안전 중심이 아닌 산업 진흥 중심으로 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원전 현장을 전혀 모르는데, 전국 24개 원전 시설을 관리하는 한수원 대표가 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황 내정자는 미국 뉴스케일의 한국인 사외이사 후보 3명으로 꼽혔으나 고사했다. 뉴스케일은 두산에너빌리티·삼성중공업·지에스(GS)에너지 등이 지분투자한 미국 소형모듈원전 기업으로, 오는 9~10월께 한국인 사외이사 한명을 선임할 예정이다. 황 내정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뉴스케일 사외이사 제안을 고사한 이유에 대해 “공직을 염두에 두고 있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 관리에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자력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공부할 때부터 안전 철학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디테일한 것보다 안전 철학을 강조하면서 하겠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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