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충남 청양군 장평면 한 멜론 농장이 침수 피해를 당해 뻘밭으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8월 초·중순 경기·충청권에 내린 이례적 집중호우로 과수·채소 등 농작물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2020년 처음으로 보험금 지급 건수와 지급액이 각각 20만건과 1조원을 넘은 농작물재해보험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가 잦아지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을 보조하는 농작물재해보험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보험금 지급률 증가에 따른 손해율(보험금/보험료*100) 상승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농림축산부가 지난해 말 펴낸 ‘2021 농업재해보험연감’을 보면, 장마가 50여일 동안 이어지며 전국에 큰 비 피해를 남긴 2020년 지급된 농작물재해보험 건수는 22만건, 지급된 보험금은 1조158억원에 달했다. 2001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연간 보험금 지급 건수가 20만건을 넘고, 연간 보험금이 1조원을 웃돌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자연재해로 농가가 경영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보험이다. 2001년 사과와 배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엔에이치(NH)농협손해보험이 독점 운용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를 65~90% 보조한다. 2020년 기준 농작물 품목별 가입비율은 벼가 51%로 가장 많고, 다음은 비닐하우스용(1개동) 작물, 사과, 고추 순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과 보험금 지급 규모는 2016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해보험 가입률을 올려 농민들의 불안정한 미래 경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결과이다. 2015년 21.5%였던 면적 가입률(가입면적/대상면적*100)이 2020년 45%로 올랐고,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액은 524억원에서 1조158억원으로 19.4배 뛰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내놓은 ‘농작물재해보험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시대에 기초보험으로서의 농작물재해보험”을 강조하며 “미국은 1994년 도입한 대재해보험(CAT)에서 자격이 되는 모든 농가가 일정액의 행정수수료만 부담하면 가입을 할 수 있다. 한국도 기초영농보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농작물손해보험은 2016년까지만 해도 손해율이 낮아 영업이익이 ‘흑자’였다. 가입자가 적고, 피해 신고도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이후 가입자와 이상기후 발생이 모두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2017년 89%, 2018년 103.2%, 2019년 186.2%, 2020년 150.6%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장마와 폭우 등이 이어지며 보험 가입률과 지급액이 빠르게 높아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협손해보험이 단독으로 운영하는데, 손해율이 높다 보니 참여하려는 보험사가 없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심화로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미국 스탠포드대는 1991~2017년 온난화로 미국 작물 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급된 비용이 270억달러(30조원)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폭염과 가뭄이 미국 중서부 옥수수 재배 지역을 휩쓴 2012년에는 지급액이 90억원달러(10조원)에 달했다. 이 대학 연구진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농민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계속 높아지면 보험료가 오르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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