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ㄱ사에 동종업계 평균보다 낮은 배당성향을 지적하고 배당 확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회사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2021년 12월 메리츠자산운용은 카카오에 서면을 보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정보공개 요청에 3년이나 답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카카오는 관련 데이터 집계·관리 체계가 미비했다며, 2022년부터 요청에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관여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런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기관투자자의 주주관여 활동은 투자자를 대신해 의결권 행사, 주주 제안, 서한 발송 등을 하는 걸 말한다.
1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구현지 연구원이 펴낸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자산운용사의 주주관여 공시 현황과 주주관여에 대한 기업의 대응 사례' 보고서를 보면,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입은 2018년 73곳에서 올해 190곳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자산운용사는 2018년 28곳에서 올해 57곳으로 늘었다.
반면, 지난해 주주관여 활동 내용을 공개한 자산운용사는 13곳(22.8%)에 그쳤다. 전년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자산운용사 46곳 가운데 16곳(34.8%)이 주주관여 활동 내용을 공시한 것에 비하면 오히려 줄었다. 한화자산운용·엔에이치(NH)아문디·디비(DB)·마틴커리자산운용 등이 전년과 달리 지난 7월1일 기준 미공시했고, 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 새로 공시한 결과다. 한화자산운용은 조사 시점 이후 7월18일에 공시했다. 구현지 연구원은 “2018∼20년 주주관여 활동을 공시한 자산운용사 비율은 3년 평균 31.4% 수준에 그쳤는데 2021년에는 더욱 감소했다”며 “한국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을 고객과 수익자에게 주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데, 이같은 결과는 원칙 준수율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주관여 활동을 공시한 13개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비공개 방식을 선호했다. 이들이 공시한 191건 가운데 공개 주주서한 방식은 한건도 없었고, 비공개 서한 또는 주주 대화가 170건으로 대부분이었다. 다만, 활동 내용은 다양해졌다. 배당 확대 등 지배구조(G) 관련이나 재무구조에 관한 내용이 2018∼20년까지는 70% 이상이었으나 2021년에는 50% 이하로 감소했다. 대신 아르이(RE)100 가입 여부와 같은 환경(E)이나 안전·보건 사고 등과 같은 사회(S) 관련 내용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구현지 연구원은 “최근 4년간 국내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한 자산운용사들의 주주관여 활동 공시의 양적·질적 수준은 아직 저조하다”며 “수탁자로서 책임 이행을 위해 주주관여 활동을 꾸준히 수행할 의무가 있고, 고객과 수익자들이 일반 투자자로서 갖는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활동 내용을 보다 자세하고 주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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