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큐디(QD)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의 국가별 경쟁력 평가 결과, 종합 점수에서 한국이 선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이 뒤를 이었다. 가치사슬별로는 한국이 연구개발(R&D)·설계·생산에서, 중국은 수요 부문, 일본은 조달에서 우위를 보였다. 디스플레이는 배터리·모빌리티·로봇·바이오 등과 함께 미래 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반도체 플러스’ 산업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내놓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종합 경쟁력에서 100점 만점에 83.4점을 받았다. 중국은 73.1, 일본은 70.7점이었다. 이번 경쟁력 평가는 정량·정성 분석을 통해 가치사슬별 경쟁 우위를 진단한 결과라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정량 평가에선 글로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영업이익률, 보유 특허 등 지표로 따졌다. 정성 평가는 디스플레이 산·학·연 전문가 12인의 논의·합의 과정을 거치는 ‘델파이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엘지(LG)디스플레 오엘이디(OLED) 티브이(TV)용 패널. 엘지디스플레이 제공
가치사슬별로 보면 한국은 연구개발·설계 부문에서 85.0, 생산 부문에서 88.3으로 두드러지게 앞섰다. 수요(80.8)와 조달(75.8) 부문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은 한국에 견줘 수요(81.6)에서, 일본은 조달(89.8)에서 우위를 보였다. 여기서 수요는 오엘이디를 적용한 전자제품을 제작하는 분야를, 조달은 기판소재·모듈용 부품·화소 증착 장비 등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말한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시장에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만이 참여하고 있으며 오엘이디의 경우 한국과 중국만 양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오엘이디 산업 가치사슬 전 분야를 구축한 유일한 나라로 꼽혔다. 일본은 주요 소재·부품과 장비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생산 설비를 구축했지만, 시장성 있는 양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연구원은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한국의 주요 산업으로 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대에 힘입어 호조를 보이는 영역이다. 특히 폴더블 폰과 롤러블 티브이(TV) 같은 혁신 제품의 기반 기술로 꼽혀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산업 가치사슬의 핵심으로 ‘생산’과 ‘조달’ 부문을 꼽고, 앞으로도 이를 중심으로 한 부가가치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핵심 소재·장비를 해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데다 국내 수요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며 “조달 분야의 핵심 기업 육성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한 협업체계 활성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