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유가증권 상장·IPO) 계획을 또다시 철회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정유사 주가가 저평가되고, 코스피가 약세를 보이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는 이번이 ‘3수’였다.
현대오일뱅크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최근 주식시장 상황과 동종사 주가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공개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우수한 실적에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더 이상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6066억원, 영업이익 1조1424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바 있다. 올해 1분기에도 7조2426억원의 매출을 올려 704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철회 결정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올해 들어 26% 이상 하락하며 기업공개 시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과 에스케이(SK)쉴더스 등 올해 상장을 추진했던 대기업들도 상장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모회사 에이치(HD)현대(현대중공업지주)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완료됐고,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유럽연합 경쟁당국의 불허로 물건너가 당장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도 이유로 꼽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수 등 활용할 자금의 조달 필요성이 낮은 상태”라며 “기대했던 기업 가치가 충족되지 않았고, 그 가치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자금이 급하게 필요하면 (기업 공개를) 강행할 수 있는데, 지금은 자금도 넉넉하고 자금이 필요할 일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열린 이사회에서 유가증권 시장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기업 가치는 9조~12조원 정도로 예상됐다.
상장이 3차례나 불발됐으나 경영에 미치는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벌어둔 돈이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번 돈으로 투자를 하면 돼 당장 기업공개를 하지 않아도 경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오일뱅크 쪽은 “기업 공개는 철회하지만, 석유화학 소재와 바이오연료, 수소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지속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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