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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술 면세한도는 2병·2ℓ로 늘리면서 향수는 60㎖ 그대로, 왜?

등록 2022-07-21 16:00수정 2022-09-26 13:31

세제 개편하며 1979년 만들어진 시행규칙 그대로
면세점 “대용량 구매 많은데…사실상 사문화된 규칙”
기재부 “동시에 다 풀면 부담…국외여행 못 간 시민 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 여행 카페 ‘유랑’ 회원 ㄱ씨는 유럽 여행 중 산 향수가 귀국 시 면세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걱정하는 글을 올렸다. “유럽에서 산 향수가 100㎖라 (한국에 면세로 갖고 입국하기가) 안 될 것 같다. 원래 쓰던 걸로 위장하면 안되겠냐”고 했다. 이 글을 본 ㄴ씨는 “안 된다. (100㎖) 이상은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안내하는 댓글을 달았다.

현행 관세법 시행규칙은 술 1ℓ(1병·400달러 이하), 담배 한보루, 향수 60㎖ 이하의 면세 반입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는 국외 출장·여행 중에 60㎖를 초과하는 향수를 샀다고 신고해도 소액이라 따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조용히’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지적과 함께 여행객 휴대품 면세 대상·범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었다.

기획재정부가 21일 세제를 개편하면서 이 부분도 손질했다. 국외 여행객 휴대품 면세 한도를 600달러에서 800달러로 높이고, 술 면세 한도도 2ℓ·2병(400달러 이하)으로 늘렸다. 하지만 향수와 담배는 그대로 뒀다.

업계에선 향수 면세 한도를 용량 확대나 금액 기준 없이 ‘60㎖’으로 그대로 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100㎖에 30~40만원 하는 명품 향수도 있지만, 5~6만원대 중저가 향수 제품도 많아서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향수는 온라인 면세점이 시중가보다 저렴해 대용량 향수를 많이 구매하는 편”이라며 “사치품에 매기는 세금이란 점에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현재 여행객들의 소비 수준을 고려하면 현실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갈무리
21일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갈무리

현행 국외 여행객 휴대품 면세 한도 규정은 1979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세관 절차에 관한 간소화 및 조화에 관한 국제협약’(교토협약)에 따라 술·담배·향수에 대해서는 별도 면세 한도를 권고했다. 향수는 교토협약에서 권장한 향수 60㎖ 규정을 그대로 반영해 1979년 결정된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손승표 한국관세학회 사무국장(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은 “술 면세 한도를 2병으로 늘린 건 국내 주류 업계와의 충돌이나 국민 저항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로 보인다. 다만, 향수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등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다 보니 정부로서도 제도 개편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번에 모든 면세 한도를 상향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며 “한번이라도 국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의 비율은 생각보다 낮다. 국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국민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결정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한 번이라도 국외 여행을 다녀온 국민의 비율은 20%대에 머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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