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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한항공 등 속속 ESG 보고서 출간…성과 자랑만 하는 ‘속 빈 강정’?

등록 2022-07-13 15:46수정 2022-07-17 13:12

성과 홍보나 다짐에 그치는 경우 많아
독 바스프는 구체 목표 대비 현재 설명
“여전히 홍보 차원 접근 기업 많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한항공이 5일 펴낸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보고서는 96쪽인데 숫자는 많지 않다. ‘환경’ 부문 핵심 정보인 항공유 사용량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2021년치가 나와 있지만 감축 및 친환경 연료 대체 목표나 이행단계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여성관리자 비율도 최근 수치만 적혀 있을 뿐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없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이에스지 보고서 퍼포먼스 리포트’도 이에스지 관련 과거 수치만 나열하는 등 크게 다르지 않다.

13일 우리 기업이 펴낸 이에스지보고서와 외국 기업 보고서를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가 지난 6월 펴낸 경영 보고서는 페이지는 더 적지만, 이에스지 경영 목표와 이행 정도를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20만 시간 내 안전사고 발생 비율 2025년 0.1% 이하 목표→2021년 기준 0.3% 달성’, ‘지속가능한 물 사용 비율 100% 목표→2021년 기준 53% 달성’, ‘여성관리자 비율 2030년 30% 목표→2020년 기준 25.6% 달성’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1640만톤 이하)→2021년 기준 2020만톤 배출 중’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바스프는 이에스지 경영평가 상위권을 차지해 왔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2020년 이에스지 보고서 갈무리. 목표와 이행 과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2020년 이에스지 보고서 갈무리. 목표와 이행 과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이에스지 보고서 갈무리. 목표와 이행 정도를 기록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이에스지 보고서 갈무리. 목표와 이행 정도를 기록하지 않았다.

최근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이에스지 보고서가 쏟아져 나온다. 포스코의 ‘기업시민보고서’, 롯데케미칼과 엘지(LG)화학, 지에스(GS)그룹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한진과 대한항공의 ‘이에스지 보고서’ 등이 최근에 나왔다. 하지만 성과 홍보나 다짐을 서술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스지 경영 교육기관인 한국지속경영연구원 박종철 원장은 “수백쪽짜리 보고서들이 많지만 보통 ‘잘하겠다’는 선언적 내용이 태반”이라며 “지금까지의 관련 경영 이행 정도를 계량화·수치화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 또 평가기관들도 더욱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투자자와 일반인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지 경영평가·분석업체인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이에스지 보고서는 주주와 투자자의 투자 전 판단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주주들도 세계적 관점에서 이에스지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기업에 요구할 때 현재 기업들의 보고서 수준도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스틴베스트 고은해 리서치본부장은 “기업에 이에스지 전담팀이나 재무관리를 하는 아이아르(IR)팀이 생기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홍보·마케팅 차원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바스프의 올해 6월 이에스지 보고서 40쪽 갈무리. 여성관리자 비율, 지속가능한 물 이용률, 온실가스 배출량 등 목표치와 이행 정도를 명시해두었다. 바스프 제공
바스프의 올해 6월 이에스지 보고서 40쪽 갈무리. 여성관리자 비율, 지속가능한 물 이용률, 온실가스 배출량 등 목표치와 이행 정도를 명시해두었다. 바스프 제공

이와 관련해 ‘아르이백’(RE100) 선언을 한 석유화학기업 임원은 “주주들이 단기 손실에 민감해 기업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에스지 활동이나 목표 등을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에스지의 구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만 하는 처지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의 이에스지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2030년에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상대로 의무화된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 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 등 더 광범위한 정보 공시를 보고서에 담을 것을 요구하는 등 이에스지 관련 내용의 공시 의무화가 진행 중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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