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고조되면서 고공 행진하던 국제유가가 급락한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8∼9%가량 급락하면서 유가 전망에도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5개월 만에 140달러대에서 30달러대로 폭락한 2008년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원유 공급 부족이 이어져 현재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6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가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해 온 만큼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예상치를 넘어선 고유가 상황을 지속하다가 폭락한 역사가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고유가 뒤 아주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2008년과 2015년 폭락 사태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때는 같은 해 7월 145달러까지 치솟은 유가가 5개월 뒤인 12월 말 30달러대로 폭락했다.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 감소와 함께 원유시장에 손을 댔던 골드만삭스 등 미국 투자은행들이 대거 자금을 빼내면서였다. 2015년에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2∼2014년 10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2015년 초 40달러대로 떨어졌다. 미국이 셰일오일을 개발하면서 러시아와 원유시장 점유율을 두고 갈등하던 때였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증산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해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번 유가 조정은 향후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이슈로 현 수준 유지 또는 더 오를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65달러까지 떨어진다고 보지만, 골드만삭스는 전쟁 장기화로 14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8년처럼 급락하기는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았다. 주된 근거는 ‘공급 부족’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있지만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세가 계속되고 있고 러시아 원유 금수 조처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펙(석유수출국기구)이 가진 여유 생산능력도 충분하지 않다. 하락하기보다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분석가도 “수년간 석유 쪽 투자가 줄어 공급이 여전히 타이트하다. 쇼크 수준의 경기침체가 아니라면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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