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구광모 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서 차세대 배터리 소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엘지 제공
엘지(LG)그룹이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등 ‘클린테크’(Clean Tech) 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삼아 앞으로 5년 동안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엘지는 미래 세대와 공존하는 지속가능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구광모 회장이 주재하는 전략보고회를 5월 말부터 진행 중인데, 최근 석유화학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구 회장은 이날로 취임 4주년을 맞는다.
엘지가 정한 새 사업 분야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 폐플라스틱·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탄소 저감 기술 강화 등이다.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엘지화학과 엘지에너지솔루션 등을 통해 선진 기술 역량을 갖춘 상황에서 친환경 분야 투자를 늘리면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다양한 새 사업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엘지화학은 바이오 소재 미국 곡물기업 에이디엠(ADM)과 합작법인(JV)을 만들어 2025년까지 미국에 연산 7만5천t 규모의 생분해성 플라스틱(PLA)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선 엘지에너지솔루션과 엘지화학이 지난해 12월 600억원을 투자해 북미 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Li-Cycle) 지분 2.6%를 확보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국내기업 에코프로씨엔지와 손잡고 연간 2만t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계획도 갖고 있다. 엘지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구현이 어려운 흰색 플라스틱을 개발해 상용화했고, 투명 재활용 플라스틱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원자재 100%를 수입에 기대는 국내 기업으로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희귀금속 확보가 중요하다. 이미 유럽연합(EU)은 2030년부터 배터리 일부를 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28일 서울 마곡 엘지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엘지화학 아르앤디(R&D) 연구소를 찾아,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을 살폈다. 그는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 분야를 선도적으로 선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연구개발 투자 규모와 속도를 면밀히 검토해 실행해가자”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기술 인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도록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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