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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툭하면 ‘유류세 인하’ 언제까지…“고소득층에 혜택 집중됐다”

등록 2022-06-28 17:55수정 2022-06-29 02:48

국회, 인하 한도 50%로 확대 검토
유가상승 때마다 등장…효과 의심
연료비 지출 많은 부유층에 유리
석유 소비 줄이려는 유인도 제거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을 위해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고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기흥휴게소 주유소에서 차량이 주유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정부는 고유가 대응을 위해 7월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고 하반기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휘발유·경유 값 고공행진으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자 국회가 현재 30%로 돼 있는 유류세 인하 폭 법정 한도를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정부가 유가 상승 때마다 빼드는 유류세 인하의 혜택이 석유 소비를 많이 하는 부유층에 집중되고, 석유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한겨레>가 올해 1분기 통계청 가계동향지수의 소득분위별 운송기구 연료비를 확인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10%) 가계는 평균 1만8642원의 연료비를 지출했고, 소득 10분위(상위 10%)는 18만1193원의 연료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4분위는 3만1928원~6만8759원을, 5~9분위는 9만1786원~16만229원을 지출했다. 유류세 인하 혜택은 연료비 지출액에 비례해 커진다는 점에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큰 혜택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 때부터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8년 3월 ‘수송용 유류세의 소득재분배 효과, 운행거리 소비분위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낸 김형건 강원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차를 가진 이들은 보통 소득이 많고 에너지 수요도 많다. 이 때문에 유류세를 많이 내는 이들은 주로 고소득층인데,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혜택도 이들에게 많이 돌아간다. 다만, 소득이 많은 고소득층보다 소득이 적어 소득 대비 유류세 비중이 크다고 느껴온 중위권 이하 계층에게 인하 혜택이 더 크게 느껴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은 “정부로서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유류세를 깎아주는 것 말고 고유가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고 있지만, 석유제품은 고소득층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연구에 기초할 때 유류세를 깎아주면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유류세가 인하되면 차량 수요가 많은 고소득층한테서 걷는 세수가 감소하며 공공의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이어진다. 유류세 인하의 유가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저소득층 복지에 사용될 재원(세수)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3~12월 정부가 유류세를 ℓ당 745원에서 670원으로 75원(10%) 인하했지만,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이어졌다.

한국지방세연구원도 2012년 펴낸 ‘유가급등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유류세 인하가 대응은 아니다’ 보고서를 통해,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다 해도 그 효과는 서민보다 부유층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류세 인하로 소득 1분위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가구는 월 평균 880원, 2분위는 2042원, 3분위는 3050원, 4분위는 3600원, 5분위는 5578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각 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경제 흐름에 발맞추고 있는 상황에 견줘보면, 유류세 인하로 고유가 시대를 넘기려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석유를 지금처럼 계속 써도 된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수입 에너지는 외부 요인에 의해 올라갈 가능성이 항상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덮는 방식으로 유류세 정책이 활용되고 있다. 대책을 제대로 세우려면 기름값은 올라간 대로 내고, 부담이 큰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책을 따로 마련하는 쪽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녹색교통운동도 지난 22일 ‘정부의 유류세 인하 확대 계획에 대한 논평’에서 “새 정부와 국회는 에너지 소비 감소 유도 정책을 포기하고 에너지 소비 증가와 그에 따른 에너지 수급·안보 위기, 나아가 총체적인 경제위기로 비화될 유류세 인하 정책을 결정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건 교수도 “물가 안정에만 초점을 두어 소비자의 적응 여부를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유가는 기본적으로 미래 예측을 할 수 없다. 국제 유가가 올라갔을 때는 높아진 가격에 따라 수요가 반응을 해줘야 하는데, 이 때마다 정부가 재정으로 땜질을 하면 이 상황이 영구적으로 진행될 때 어떻게 막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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