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재벌 경제력은 커진 반면 고용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 중이다. 2021년 세전이익 기준으로 보면,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법인세 감면액이 6조원을 넘고, 감면액 중 3분의 2 가량은 10대 재벌 계열사에게 돌아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재벌 감세’인 셈이다.
26일 케이프투자증권 분석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면 2021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법인세가 1조5916억원 감소하는 등 119개 기업이 6조1590억원 감세 효과를 본다. 정부는 최근 민생안정대책으로 유류세 인하 연장과 인하 폭을 확대하며 5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고 밝혔는데, 이를 6∼7개월 가량 더 이어갈 수 있는 돈이다.
10대 재벌 중에서는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9개 재벌 62개 계열사가 총 4조106억원의 세금 혜택을 본다. 감세액의 65%가 10대 재벌에 돌아가는 셈이다. 삼성에선 전자·에스디아이(SDI)·물산·생명·화재·전기·카드·증권 등 11개 계열사가 총 1조8972억원의 감면 헤택을 본다. 전체 감세액 가운데 30%를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셈이다. 에스케이(SK)에선 하이닉스·이노베이션·텔레콤·가스 등 10개 계열사가 6446억원, 현대차에선 모비스 등 7개 계열사가 6011억원, 엘지(LG)에선 전자 등 9개 계열사가 4392억원, 한화에서 4개사가 1438억원, 지에스에선 3개사가 1048억원, 롯데에선 2개사가 615억원, 신세계에선 2개사가 609억원, 씨제이에선 2개사가 575억원의 감세 혜택을 본다.
법인세 인하는 올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 계획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2023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재벌 감세가 투자나 고용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를 관할하는 캘리포니아주는 기업의 영업이익에 법인세(21%)와 지방세(8.84%) 등 총 29.84%의 세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 법인세(25%)와 지방세(2.5%)를 합친 세율 27.5%보다 높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만 보면 실리콘밸리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 법인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더욱이 우리 기업들의 실질적인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재벌에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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