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서울 여의도 사옥. 한국거래소 제공
삼성 등 재벌들의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와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경제개혁연대의 조회공시 요청에 구체성을 이유로 들어 이를 거절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24일 거래소로부터 조회 공시 요청 등과 관련한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회신을 통해 “대기업집단의 투자계획이 구체적인 투자대상, 금액, 시기 등이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여 수시공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조회공시는 보도·풍문 내용이 공시의무 기준에 해당되고 구체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요구하는데, 현 단계에서는 대상으로 보기 어려워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회공시는 기업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기 위한 제도로, 상장사에 풍문·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요청을 받은 해당 상장사는 1일 이내에 관련 내용에 대해 직접 공시해야 한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납득하기 어렵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는 ‘상장법인은 투자 활동과 관련해 신규시설투자, 증설 등에 대한 결정이 있을 때 공시의무가 발생한다’고 돼 있는데, 이때 결정은 이사회 결의뿐만 아니라 대표이사나 권한이 있는 임원·주요주주 등에 의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이사회 결의를 생략한 것인지, 총수의 뜻대로 발표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조회공시를 요구했어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재벌들이 일제히 투자계획을 내놓은 것도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무리한 투자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를 결정한 주체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권 교체기마다 주요 그룹들이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관행은 주요 대기업집단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의 한 단면”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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