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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치솟는 기름값에도…최대 실적 거둔 ‘정유 빅4’는 표정 관리 중

등록 2022-06-14 11:00수정 2022-06-14 17:29

정유업계, 사상 최대 실적
석유화학업계, 원료비 상승 부담
재생에너지, 에너지 자립 요구 속 ‘자신감’
“고유가 결과는 인플레…시민들 부담”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리터당 2천원선을 돌파한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경유 가격을 다시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모두 리터당 2천원선을 돌파한 가운데 휘발유 가격이 경유 가격을 다시 넘어섰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 인근의 한 주유소. ‘휘발유 리터당 2028원’이라는 전광판 아래로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근처의 또다른 주유소는 ‘목요일마다 리터당 30원 할인’ 조건을 앞세워 모객 중이었다. 시민들은 조금이라도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줄지어 찾아나서고 이 틈에서 주유소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인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을 보면, 오후 4시30분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74.3원이고 경유 가격은 2074.89원이다.

높은 기름값에 시민들이 시름하는 가운데, 한국의 ‘빅4’ 정유사들은 최대 영업이익에 표정 관리 중이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에쓰오일·지에스(GS)칼텍스·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이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6월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2.87달러였다. 전년 동기(1.4달러) 대비 무려 16.3배나 높다. 지난달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24.2달러)에 다시 근접했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유가 등 원자재 비용을 뺀 정유사 마진을 뜻하는데, 손익분기점은 5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정유사의 막대한 이익 때문에 영국 등에서는 정유회사로부터 ‘초과이윤세’(일명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고유가 여파로 공급망 문제에 맞닥뜨린 석유화학업계는 울상이다. 석유에서 나오는 원료인 나프타·에틸렌 등을 만드는 업체들은 이미 비용 부담이 막대하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원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으면 고유가로 보는데 고유가가 이례적으로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수요를 고려할 때 비용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수가 없어 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프타 생산시설을 갖춘 또다른 회사 쪽은 “아직 공장 가동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세계적으로 공급·수요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마진을 낮춰 대응 중”이라고 했다.

장거리 항공사나 해운사 등은 느긋하다. 연료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물동량 운송 수요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운임이 높은데다 유류할증료가 완충 구실을 해주기 때문에 고유가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업계나 친환경 경영 관련 투자자들은 이번 고유가 상황을 보는 표정이 다소 복잡하다.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덜기 위해 ‘리파워이유’(REPowerEU)를 발표하며 녹색경제 전환을 촉진하는 흐름이 한쪽에 있다면, 다른 쪽에선 친환경 경영을 우선 순위에서 미루는 흐름도 공존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그린에너지 담당 분석가는 “탄소중립이 재생에너지 사업의 유일한 목표였다면, 이제는 에너지 자립 문제가 더해져 재생에너지 확대를 안 할 수 없는 정당성이 부여됐다”며 “이런 위기감에 재생에너지 투자는 더 빠르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 산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기록을 보면, 지난달 미국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펀드에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월 20억달러(약 2조5719억원)가 유출됐다. ‘친환경’ 경영을 기대하는 기후·환경 그룹에는 부정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업종·분야별로 표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소비자다. 고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적 고유가 상황이라 한국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고유가가 모든 제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장 큰 피해는 시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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