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들. 연합뉴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자회사 진에어 주식 전량을 다른 자회사 대한항공에 매각한다. 이번 매각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출범하게 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 저비용항공사(LCC)를 대한항공 자회사로 두기 위함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13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진에어 주식 전량을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 주식은 한진칼이 보유한 진에어 주식 2866만5046주(지분율 54.91%)로, 시가로 환산하면 6048억원어치다. 주식 취득 예정일은 15일이다.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한진그룹 지배구조도 달라진다.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진에어(자회사)’에서 ‘한진칼(지주사)-대한항공(자회사)-진에어(손자회사)’로 바뀐다. 9년 전 대한항공 자회사였던 진에어가 지주회사 한진칼 자회사로 갔다가 다시 대한항공 자회사로 복귀하는 꼴이다. 진에어는 2008년 대한항공 100% 출자로 설립됐다.
업계에선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재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항공사(FSC)와 통합 저비용항공사가 동시에 출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이 진에어와 통합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행위 제한 위반 문제도 해결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 보유 시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아시아나항공 저비용항공 자회사들이 진에어에 통합되면 지주사인 한진칼은 증손회사를 두지 않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와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운영하려면 당연히 해야 할 수순이었다. 하나씩 밟아가고 토대를 만드는 중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분 매각으로 한진칼 재무 구조도 개선된다. 한진칼은 그동안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유상증자 참여 등의 지원을 해왔다. 2020년 이후 한진칼 차입금은 1조원 넘게 증가했다. 한진칼은 진에어 매각 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그룹 내 항공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통해 중복 노선 효율화와 연결편 강화 길도 텄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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