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기업들의 원재료 가격이 50% 가까이 치솟는 동안 납품단가는 10% 남짓 오르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업체 쪽에선 이런 사정을 들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연동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2일 내놓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대비 2021년의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 상승한 반면,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7.0%에서 4.7%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에스티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방식의 이번 조사는 중소제조업체 209개사를 대상으로 4~5월에 걸쳐 이뤄졌다.
설문 조사여서 실상을 반영하기엔 한계를 띤 것 아니냐는 물음에 중기중앙회 박승찬 상생협력부장은 “코스피 상장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지난해 184조원)을 올릴 당시 중소기업들 사정은 어땠냐”며 실상과 다르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 부장은 “철강업계만 해도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반면, 여기서 원자재를 받아 사업을 하는 단조, 파스너(Fastener·볼트, 너트 등), 철선 중소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1%대이거나 마이너스 상태”라며 “이는 결국 납품단가를 제대로 못 받은 결과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종별 원재료 가격 상승률은 제조(49.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서비스 28.5%, 건설 28.3%였다. 업종별 납품단가는 서비스 12.0%, 제조 10.2%, 건설 8.4%로 나타났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한 대응을 보면, ‘원사업자에게 직접 납품단가 인상 요청’을 한다는 응답이 68.9%(144개사)로 가장 많았다. ‘대응 못 함’은 31.1%였다. 업종별로는 ‘원사업자에게 직접 납품단가 인상 요청’을 했다는 응답이 서비스(70.0%)에서 높았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에 대해선 ‘납품단가 연동제’를 가장 많이 꼽아 67.0%(140개사)에 이르렀다. 다음으로 ‘기업 간 자율협의’ 19.6%,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 11.5% 순이었다.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는 이미 시행 중이며 납품단가 연동제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연동제 도입을 위한 법안은 국회에 여러 건 제출돼 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 쪽에서도 지난 9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조사에서 납품가 연동제 방식을 물은 항목에선 ‘법제화를 통한 의무시행(강제화)’이 55.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업 간 자율 시행’ 33.0%, ‘모르겠음’ 8.6%, ‘연동제 불필요’ 3.3% 순이었다. 연동제의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 대해선 ‘공급원가 중 일정비율 이상을 차지하는 원재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응답이 40.2%, ‘모든 원재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38.8%였다. 자체 감내 가능한 원재료 가격 상승률은 3~5% 구간이 대부분(63.7%)을 차지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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