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 삼성전자 제공
올해 열린 주주총회 10개 가운데 8개 이상이 법정기한인 2주 전에야 소집 공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애초 4주 전 공고를 의무화하려다 자율적 개선으로 물러난 바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8일 ‘주주총회 관련 제도 개선 효과 분석’을 내어 이같이 밝혔다. 지난 3월 말 기준 상장사 2217개(코스피 775개·코스닥 1442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주총 소집공고의 경우, 한화가 정기주총 2주 전에 개최를 알리는 등 법정 기한만을 충족한 기업이 1911곳(86.2%)으로 대부분이었다. 애초 정부는 2019년 상법을 고쳐 주총 소집 기한을 4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올해부터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4주 전 공고’를 담게 하는 등 자율적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났다. 올 주총에서 4주 전 소집을 알린 곳은 삼성전자 등 143곳(6.5%)뿐이었다.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를 도입한 곳은 1375곳(62.0%)으로 전년(1253곳·58.8%)보다 조금 늘었다. 하지만 지배구조 문제로 내부 갈등이 불거진 한진칼이나 금호석유화학 등은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 등 주총 안건에 대한 다툼이 있는 기업은 전자투표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많은 주주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의무화하거나 주주제안을 한 소수주주가 요청할 경우 전자투표를 도입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회 위원 가운데 최소 1명을 분리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3인 이상의 감사위원회를 갖춘 대형 상장사 152곳 가운데 78곳은 정관에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1명으로 명시했다. 감사위원 임기(통상 3년)를 감안하면, 1명을 분리선출하면 해당 임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다른 감사위원은 분리선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승희 위원은 “정관에 분리선출 인원을 ‘1명 이상’으로 규정해 주주권 행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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