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글로비스 등 관계자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화탄소 운반선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이 세계 최대 규모의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에 나선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상 유전 등에 매장하는 탄소 포집·저장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산화탄소 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지마린서비스, 미국선급협회(ABS), 마샬아일랜드기국과 함께 7만4천㎥급 초대형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 공동 개발 프로젝트(JDP) 협약을 체결했다고 6일 밝혔다.
참여사들은 올해 하반기까지 세계 최대 규모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개발한다. 국제해사기구가 요구하는 액화가스 운반선에 관한 국제협약(IGC코드)을 바탕으로 설계 안정성과 적합성 검증에 나선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운항 중 탱크 압력을 유지시켜 화물을 안정적으로 보존하는 화물저장시스템(CCS)과 화물운영시스템(CHS)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4만㎥급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의 설계 경험을 적용한다. 현대글로비스와 지마린서비스는 해상운송과 선박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과 필요 선박 제원 등 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선급협회와 마샬아일랜드기국은 선박의 품질·성능 검증 등 노하우를 공유하고 공신력 있는 평가에 기반을 둔 기본설계 인증을 추진한다.
탄소 포집·저장 과정 설명도.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들이 초대형 이산화탄소 운반선 개발에 나선 건 탄소 포집·저장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서다. 탄소 중립을 위해 정유·화학 공정에서 발생하거나 공기 중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특정 장소에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적용되고 있다. 탄소 포집‧저장 분야 연구기관인 글로벌시시에스(CCS)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2050년에는 전 세계 탄소포집량이 76억t에 달할 전망이다.
저장 장소로는 석유·가스를 다 뽑아내고 빈 채로 남아있는 해상 유전·가스전 등이 꼽힌다. 이산화탄소를 싣고 바다로 나가 빈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기술이다. 원유를 많이 뽑아내 압력이 낮아진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다시 압력을 높여 남은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8월 해상 이산화탄소 주입 플랫폼을 개발해 노르웨이선급(DNV) 기본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 해상 플랫폼은 2025년부터 생산이 종료될 동해가스전에 연간 40만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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