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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LG전자 ‘휴대폰 철수’ 1년…‘선택과 집중’ 통했나

등록 2022-05-31 09:00수정 2022-05-31 19:38

재무건전성·브랜드가치 제고 효과
1분기 최고 실적에도 전망 불투명
‘만년 적자’ 사업 포기 그나마 다행
구광모 회장 ‘선택과 집중’ 돋보여
전장·로봇 등 신성장 부진은 한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 제공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LG 제공

“엘지(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계속했더라면 더 힘들었겠죠. 잘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엘지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당시 선택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으로 엘지전자의 주력 사업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휴대전화 사업까지 유지했다면 재무건전성이 더 나빠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엘지전자가 빠진 자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나눠가졌다.

30일 증권사 분석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엘지전자는 휴대전화 사업 철수로 재무건전성 제고와 브랜드 가치 유지 등의 효과를 얻었다. 엘지전자는 올 1분기에 21조1114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88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지만,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가전(H&A부문)사업은 원재료 상승과 물류비용 등으로, 티브이(TV·HE부문)사업은 마케팅 비용 증가와 판매 둔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휴대전화 사업까지 있었다면, 전망은 더욱 나빠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올해 스마트폰 생산량을 애초 목표인 3억대 이상에서 2억7천만대로 낮추는 등 휴대전화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 김영우 에스케이(SK)증권 분석가는 “2020∼21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티브이나 가전 등 주력사업이 초호황을 누렸지만, 올해 실적이 계속 좋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적자 상태인 휴대전화는 물론 태양광 사업을 정리한 것은 적절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2020년 마지막으로 선보인 ‘LG 윙’. LG전자 제공
LG전자가 2020년 마지막으로 선보인 ‘LG 윙’. LG전자 제공

가전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휴대전화가 갉아먹는 문제도 해결됐다. 엘지 스마트폰은 국내에서 만년 3등이고, 세계 시장에선 중국 화웨이·샤오미 등에도 밀린지 오래다. 김지산 키움증권 분석가는 “(가전 쪽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데, 휴대전화 이미지는 중저가로 인식돼 충돌했고, 계속했더라면 (가전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며 “보다 빨리 철수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아쉽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업 철수로 지급 없이 받기만 하는 특허 수익도 짭짤하다. 김지산 분석가는 “1분기 1천억원대 특허 이익을 얻었고, 향후에도 규모는 줄겠지만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는 구광모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으면서 나타난 변화란 해석도 따른다. 김지산 분석가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엘지이노텍의 엘이디사업 철수를 비롯해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경영 판단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부품과 로봇 등 신성장 사업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계로 꼽힌다. 올 1분기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전장(VS부문) 사업은 매출 1조8776억원에 영업적자 63억원이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분석가는 “전장이나 로봇 사업은 시장이 더 커져야 투자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지산 분석가는 “하반기 부품 공급 문제가 해소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휴대전화 사업부문 인력 조정 방식에 대한 내부 반응은 엇갈린다. 엘지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정리하며 600명을 엘지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로, 2700명은 회사 내 다른 사업부문에 재배치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계열사로 이동한 경우 긍정적인 반응이 많고, 전자에 남은 사람도 불만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엘지전자 노조 관계자는 “당시 고용보장을 약속하며 인력을 재배치했지만, 올 들어 저성과자 평가나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을 조정해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엘지전자 휴대전화 사업 철수 이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선 삼성 ‘갤럭시폰’과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직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70.5%로 전년보다 7.9%포인트, 애플은 24.4%로 6.5%포인트 늘었다. 2020년 엘지폰 점유율 11.0%가 사라진 자리를 두 업체가 나눠가진 꼴이다. 올해 들어서도 중저가폰 시장을 두고 격전이 일고 있다. 애플은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를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A53’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모토롤라와 중국 샤오미가 각각 중저가폰 ‘모토 G50 5G’와 ‘레드미노트 11’를 들고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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