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 1세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오전 5시20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
구 회장은 1930년 고 구인회 엘지(LG)그룹 창업주의 셋째아들로 태어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으로 예편했다. 군 복무 시절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충무무공훈장·화랑무공훈장·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1957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셋째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해 ‘재벌가의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 동안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 몸을 담았다.
그러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며 엘지(당시 금성)와 경쟁구도를 형성하자, 엘지로 돌아갔다. 이후 럭키 대표이사,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엘지반도체 회장, 엘지 엔지니어링 회장, 엘지건설 회장 등을 맡으며 엘지그룹 각 부문에서 활약했다.
그가 일했을 당시인 1981년 럭키는 ‘국민치약’으로 불린 ‘페리오’를 개발했고, 1985년에는 화장품 ‘드봉’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 1995년 엘지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엘지유통의 식품서비스 사업 부문과 함께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그가 회장으로 일했던 21년 동안 아워홈은 엘지, 엘에스(LS)그룹과 수의계약을 맺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 회장은 급식사업에서도 연구와 개발이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2000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이후 현재까지 1만5천여개의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년 300가지의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구 회장의 경영 능력은 아워홈에서도 발휘됐다. 아워홈은 창립 당시인 2000년 매출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넘게 성장했다.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외에도 외식사업·기내식 사업·호텔운영업까지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하지만 창업자의 화려한 경영 능력도 자식대의 경영권 분쟁으로 빛이 바래고 있다. 지난 2016년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됐지만, 지난해 보복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구미현·명진·지은 세 딸은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하는 데 힘을 모았다. 이후 구지은 현 부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최근 장남 구본성 전 회장과 장녀 구미현씨가 주식 매각을 내세우며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했다. 1남3녀의 자식에게 회사 지분을 모두 물려준 구자학 회장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02)3013-2000.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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