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대해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업계는 “환영한다”는 분위기인 반면, 시민·사회단체 쪽에선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는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플랫폼 분야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자 자율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율규제책과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 사업활동을 제한하거나 거짓 후기 등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를 시정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새 정부의 이런 기조는, 쿠팡과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규제를 기반으로 디지털 공정경제를 구현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 정책 방향과 배치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성욱 위원장 취임 뒤 대형 플랫폼 기업 감시와 제재에 초점을 맞춰, 구글·네이버·쿠팡·카카오 등 국내·외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조사·적발해왔다. 새 정부 정책 기조대로라면 플랫폼 갑질을 막자는 취지로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도 전면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 정책안을 밝힌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존 규제 기조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연합뉴스
업계는 새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 완화 기조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온라인 플랫폼 업체 임원은 “혁신 기업들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려고 할 때 온갖 사전 규제가 발목을 잡아 혁신의 동력이 끊길 수 있다”며 “젊은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심이 높은 만큼 플랫폼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 건강한 경영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사회와 중소기업 등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폐해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는 한 제조업체 대표는 “쿠팡의 시장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른 플랫폼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납품할 수밖에 없게 하는 압력이 커진다”며 “손해를 보면서 납품하는 게 어려워 쿠팡 입점을 포기하는 기업들도 많고, 다른 플랫폼도 쿠팡 기준 단가를 요구해 제조사들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 입법안이 마련되는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행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독과점을 규제하면서 구글과 애플 같은 혁신 기업이 생겨난 것처럼 자연독점 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새로운 혁신 기업이 탄생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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