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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JH, 토니, 공산주의…CEO+MZ 타운홀미팅, 독일까 약일까

등록 2022-04-20 17:21수정 2022-04-21 02:51

타운홀미팅서 ‘부회장님’ 대신 ‘제이에이치(JH)’로 불러달라고 주문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 삼성전자 제공
타운홀미팅서 ‘부회장님’ 대신 ‘제이에이치(JH)’로 불러달라고 주문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 삼성전자 제공

“이제부터는 ‘부회장님’ 대신 ‘제이에이치’(JH)로 불러달라”

지난 1일, 취임 후 첫 타운홀미팅에 나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 부문장)은 앞으로 직책을 떼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겠다며 자신을 영문 이니셜로 불러줄 것을 제안했다. 이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임직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여 동안 진행된 행사는 디엑스부문 전 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전국 각 사업장에서 온라인으로 간담회에 참여한 직원들도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수백개의 질문을 쏟아냈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 4일에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부 사업장의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규정이나 사내 어린이집 입소 대기와 같은 직원 건의사항에 대해 직접 답변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20~30대 젊은 직원들과 직접 소통을 시도하며 타운홀미팅 등 소통 채널을 확대하는 추세다. 일명 엠제트(MZ)세대 직원들이 요구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과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진 성과급 및 복지수준 이슈와 관련한 내부 불만을 달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직원들 사이에선 평소 마주치기조차 어려운 최고경영자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한편, 최고경영자의 직설화법 탓에 거꾸로 사내 여론이 악화된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부별로 진행했던 타운홀미팅을 올해 부문 차원으로 넓혀 이날 처음 열었다. 삼성에스디아이(SDI)도 지난해 말 최윤호 사장 취임 뒤부터 타운홀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권영수 엘지(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지난해 말 직원과의 온라인 소통채널 ‘엔톡’을 만들어 건의사항을 받고 있는데, 이 달 회사에 도입된 ‘자녀 입양휴가’ 제도 역시 엔톡에 올라온 직원의 사연을 반영한 결과다. 재벌 총수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9년 10월부터 매년 직원과의 타운홀미팅을 열고 있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은 지난달 에스케이텔레콤 인공지능(AI) 사업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자신을 영어이름 ‘토니’(Tony)로 불러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대강당에서 임직원 1200여명과 타운홀미팅을 진행 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2019년 10월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대강당에서 임직원 1200여명과 타운홀미팅을 진행 중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 제공

그러나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한 행사가 늘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 녹화가 아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타운홀미팅에서 나온 최고경영자·총수의 말실수가 되려 직원들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구현모 케이티(KT) 대표는 2년 전 주니어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직원을 향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고 발언해 ‘꼰대’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에선 지난해 2월 김범수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간담회에서 성과급 및 인사평가와 관련해 “저는 공산주의보단 자본주의가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회사는 (성과를 균등하게 나누는) 엔(N)분의 1로 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반발을 샀다. 넥슨과 넷마블 등이 ‘전직원 800만원 연봉 인상’을 발표한 시점에서 일괄 인상을 주장한 직원들의 목소리를 ‘공산주의’에 빗댄 표현이 이들의 감정을 건드렸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아이티업계 연봉 인상 붐을 일으킨 게임업계에선 타운홀미팅을 여는 기업이 드문 편이다. 네이버·카카오 등에 견줘 경영진을 둘러싼 별다른 구설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양대 플랫폼 기업(네이버·카카오)에 비해 게임 회사는 (경영진이) 직원을 통제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기업 경영진들이 타운홀미팅을 회사의 정책이나 비전을 설명하는 자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젊은 직원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시이오가 직원들이 회사에서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연봉 인상처럼)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모두 들어줄 순 없다고 해도, 회사 입장에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고, 현재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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