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와 주요 나라의 비축유 방출 합의 등의 영향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국제 유가가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추진 보도와 중국의 봉쇄 해제 가능성 등으로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처로 휘발유·경유 판매가 하락이 기대되던 상황이었는데 변수를 만난 꼴이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누리집 페트로넷을 보면, 4월 둘째 주 두바이유 주간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1.03달러로 전주(101.30달러) 대비 0.27달러 하락했다. 두바이유는 국내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된다. 주간 평균 가격은 소폭 하락한 모습이지만, 추세가 달라졌다. 4월 첫째 주까지는 3월 말 시작된 하향 안정 흐름을 탔으나, 4월 둘째 주부터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4월 둘째 주 일일 가격을 보면, 11일 97.64달러, 12일 98.14달러, 13일 102.44달러, 14일 105.88달러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 사태로 급등해 3월 초 정점을 찍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3월 말부터는 하향 안정 흐름을 보였다.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항만 등의 봉쇄 조치를 이어가면서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미국과 우리나라 등 주요 나라들이 고유가 대응을 위해 비축유를 풀기로 합의한 결과다. 비축유 방출에 동참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국제 유가도 안정화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미국은 셰일오일 덕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완전 금지할 수 있었지만, 유럽연합은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를 완전 차단하지는 못했다. 네덜란드 원유 트레이딩 회사 비톨(Vitol)그룹이 올해 연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및 제품 거래 중단 뜻을 내비치면서 원유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국내에서도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안정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석유 제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재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내 석유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싱가포르 석유시장의 휘발유·경유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 14일 기준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26.37달러, 경유는 156.17달러로, 두 유종 모두 4월 첫째 주 평균가를 넘어섰다.
이런 추이가 이어지면,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조치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 앞서 정부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7월 말까지로 연장하고, 인하 폭도 30%로 10%포인트 확대했다. 유류세 20% 인하가 적용된 현재에 비해 휘발유 가격은 ℓ당 83원, 경유는 58원 추가 인하된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