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실적(연결기준)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77조원, 영업이익 14조1천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최근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에 이어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내우외환’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3분기(7~9월) 처음으로 매출 70조원(분기 기준)을 넘긴 이후 3개 분기 연속 70조원 넘는 매출을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17.76%, 영업이익은 50.32% 증가했다. 직전 분기(2021년 4분기) 대비로는 매출은 0.56%, 영업이익은 1.66% 늘었다. 앞서 에프앤가이드 집계(6일 기준)에 따른 시장 전망치 평균(매출 75조2565억원, 영업이익 13조1106억원)을 소폭 웃돌았다.
전자업계에선 1분기가 비수기로 꼽히지만, 갤럭시 S22 등 새 스마트폰 판매 증가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의 꾸준한 수요 등으로 준수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보다 0.73%(500원) 하락한 6만8000원에 마감해 여전히 ‘6만 전자’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영향도 있지만,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의 주가 상승률 비교에서도 ‘이상 신호’가 발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최근 5개 분기(2021년~2022년 1분기) 누적 주가 상승률 비교.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 5개 분기(2021년~2022년 1분기) 동안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16곳)과의 주가 상승률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누적 주가 상승률은 14%, 퀄컴과 인텔도 각각 2%씩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4%를 기록해 꼴찌였다. 제자리(0%)를 지킨 에스케이(SK)하이닉스보다도 낮다. 이승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은 올해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미래에 대해 물음표가 찍히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점유율이 5% 이하로 떨어졌고, 4나노 공정의 수율이 30%대에 그치고 있다는 ‘설’이 돌 만큼 회사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대형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의 위탁 생산을 티에스엠시의 4나노 공정에 맡기기로 하면서 고객사 이탈 우려도 나온다.
한편, 도현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1분기) 파운드리는 최신 공정 수율 이슈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며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9천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메모리 반도체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