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올 해운 단가는 얼마나 오를라나.”
수출 기업들이 해운사와 운송 계약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운송 단가 계약의 기준점이 되는 해운 운임지수가 유례없는 수준으로 올라서다. “역대 최고 수준의 운송 단가 계약을 감수해야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중국의 코로나 방역 목적으로 항만 봉쇄 정책을 펴며 물류 상황이 불확실해진 점도 부담이다. 수출 기업들은 해마다 3~5월쯤에 직접 혹은 종합물류회사를 중간에 두고 해운업체들과 운송 단가 계약을 맺는데, 대부분 후반기에 이뤄진다.
지난 1일 글로벌 해운운임의 기준이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348.71을 기록했다. 지난 1월7일 5109.60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높다. 2009년 10월 이 지표를 처음 산출했을 때와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아졌다.
글로벌 해운 운임은 미주 서안과 동안, 유럽, 중동, 남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2020년 여름부터 상승세를 탔다. 그 뒤로 글로벌 운임지수가 매주 신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치솟았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운사의 적재공간 부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방역 등으로 주요 항만의 물류 처리에 과부하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이어진 탓도 크다. 물류 대란이 한창일 때는 미주 서안 주요 항구마다 100척 넘는 컨테이너선이 대기하기도 했다.
급등한 운임지수는 해운업체에는 전례없는 실적을 안겨주었으나 수출 기업에는 악재였다. 이미 지난해 운송 단가 계약 때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았고, 올해는 더 큰 부담이 예상된다. 대형 수출 기업들은 6개월~1년 단위로 물류업체와 운송 단가 계약을 맺는데, 그 해 글로벌 평균 운임지수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1년(2021년 4월~2022년 4월) 평균 운임지수는 4300대다. 직전 연도(2020년 4월~2021년 4월) 평균 운임지수가 16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아졌다.
수출 기업 쪽에선 운송 단가가 비싸지더라도 계약을 맺는 게 우선이다. 제품 운송 지연에 따른 손해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한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운임이 비싼 상황이지만, 물류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운임이 비싸더라도 계약을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운임 향방이 불확실한 점도 수출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장기 계약을 고려하는 기업들은 운임의 방향성이 고민될 수밖에 없다. 만약 운임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계약기간을 짧게 잡았다가 운임이 오르면서 더 큰 비용을 부담하거나 배를 제때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항만 봉쇄 정책으로 물류 전반에 불안감이 조성된 것도 골치꺼리다. 운송 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화물이 항만 봉쇄 정책에 묶여 있어, 봉쇄가 풀린 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운임이 상승할지 하락할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중국 쪽 물량이 묶여 있어 해운 공급망이 해소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봉쇄가 풀리면 과도하게 물량이 풀리면서 물류 대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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