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대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나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맡겨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수출 기업들을 대상(102개사 응답)으로 2~3월에 걸쳐 자금 사정 실태를 조사해 28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3곳 중 1곳 꼴인 31.4%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호전됐다”는 응답은 13.7%였다. 과반인 54.9%의 기업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 악화 원인으로는 ‘매출 부진 혹은 외상매출 증가’(39.6%)가 가장 많이 꼽혔다. ‘재료비·인건비 등 영업비용 증가’ 37.5%, ‘채무상환 및 이자 부담 증가’ 9.4% 순이었다. 전경련은 “매출 부진에 지속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의 이자 및 원가 부담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지속된 금리 인상으로 올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이 지난해보다 평균 8.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자비용이 10% 이상 늘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은 33.4%에 이르렀다.
환율 상승이 기업 자금 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응답도 많아 64.7%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환율 상승으로 매출(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수입 원자재 물가와 외화 표시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부정적인 효과를 더 크게 체감한 것”으로 풀이했다. 월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월 1097원, 5월 1123원, 9월 1170원, 올해 1월 1194원, 2월 1198원으로 높아졌다.
기업들이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적정환율(원·달러 매매기준율)은 1144원으로 조사됐다. 3월 들어 18일까지 평균 환율은 1224원이다.
기업들은 현재 자금조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항목으로 신규대출 및 만기 연장(23.5%)을 꼽았다. 이어 환율 리스크 관리 20.3%, 매출채권 회수 17.0%, 신용등급 관리 12.4%, 수출입금융 11.1%였다. 지난해 대비 올해 자금 수요 전망을 묻는 말에서는 65.6%의 기업들이 “작년과 비슷한 규모”라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란 답은 31.4%였다. 자금 수요가 가장 크게 발생할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7.6%), 설비투자(28.1%), 인건비·관리비(17.0%) 등이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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