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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주유는 물론 친환경 발전에 전기차 충전까지…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 ‘부릉’

등록 2022-03-27 11:59수정 2022-03-28 02:02

금천구 박미주유소 ‘친환경’ 변신
옥상에 태양광 패널·연료전지 시설
전기차 1년 4만여대 충전 가능
SK, 전국 100곳 이상 늘릴 계획
“위험물 안전관리법 등 개정 필요”
지난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소재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점(SK박미주유소). SK에너지 제공
지난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소재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점(SK박미주유소). SK에너지 제공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에스케이(SK)에너지 ‘박미주유소’는 주변에 철강사들이 밀집해 있어 주로 화물차들이 많이 찾는 주유소였다. 하지만 지난 2월9일부터는 화물차뿐 아니라 전기차도 많이 방문한다. 박미주유소의 또 다른 이름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Energy Super Station)’으로 탈바꿈한 결과이다.

에스케이에너지는 지난해 5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그 해 11월 실증 특례를 받은대로 박미주유소 신개념 주유소로 리모델링해 지난달 다시 문을 열었다. 기존 주유소에 자체 생산 전력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충전소를 겸비한 게 특징이다. 직원은 “그냥 주유소가 아니라 하나의 ‘에너지 공급소’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SK박미주유소. 주유소 사무실 입구에 녹색 식물로 수놓은 ‘Energy Super Station’ 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SK에너지 제공
지난 24일 찾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 소재 SK박미주유소. 주유소 사무실 입구에 녹색 식물로 수놓은 ‘Energy Super Station’ 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SK에너지 제공
국내 1호 에너지 공급소인 박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지난 24일 찾았다. 주유소 사무실 입구 전면과 벽면에 심어진 ‘녹색 식물’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을 통해 공급되는 에너지가 친환경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연료전지 시설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저장한다. 공급되는 전기 대부분은 연료전지에서 받는다.

연료전지는 수소(H₂)를 산소(O₂)와 반응시켜 전력을 생산한다. 둘 반응의 부산물은 물(H₂O)뿐이다. 투입된 원료와 배출된 찌꺼기만 놓고 보면 환경 오염 물질은 전혀 없는 셈이다. 연료전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부르는 이유이다.

하지만 연료전지의 연료에 해당하는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기가 오염된다. 천연가스가 투입해 만들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불가피하다. 연료전지가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없는 이유다.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만드는 것은 상업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승엽 에스케이에너지 팀장은 “연료전지는 아직은 무탄소 에너지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다른 화석연료와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찾은 SK박미주유소 2층에 설치된 연료전지 설비. SK에너지 제공
지난 24일 찾은 SK박미주유소 2층에 설치된 연료전지 설비. SK에너지 제공
주유소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면 초입부터 “윙~”하는 소리가 들린다. 1층 바닥에선 듣지 못했던 기계음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가 가동되는 소리다. 사람 키보다 조금 큰 연료전지 박스는 나란히 대열을 맞춰 서 있다. 연료전지는 소규모 발전시설을 통해 필요한 곳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분산형 발전 모델’ 중 하나이다. 원전처럼 대규모 중앙집중형 발전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최근 전 산업이 ‘전기화’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중앙 전력망의 과부하를 막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현행 법상 전력을 생산하는 사업자는 공급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현재 연료전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 뒤 되사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4일 찾은 SK박미주유소 뒤편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SK에너지 제공
지난 24일 찾은 SK박미주유소 뒤편에는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SK에너지 제공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전국으로 확대되려면 또 하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위험물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상 연료전지는 주유소와 엘피지(LPG) 충전소 내에 설치할 수 없다. 박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규제의 예외적 허용을 적용받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는 박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같은 시설 구축·운영을 최대 10개까지만 허용한다. 에스케이에너지는 전국에 100개 이상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운영을 계획 중이다. 관련 법이 고쳐져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한 곳의 발전설비 용량은 태양광 20.6킬로와트(㎾), 연료전지 300킬로와트 규모다. 이렇게 1년간 약 2500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해 공급한다. 전기차 약 4만3천회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내 전기차 보급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이용률은 적은 편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사업성·경제성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곽종웅 에스케이에너지 정책지원실 팀장은 <한겨레>에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며 “기대 효과의 확대를 위해선 하루빨리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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