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감광액(포토레지스트) 개발 모습. 동진쎄미켐 제공
연구·개발(R&D) 투자 상위 1000대 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도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000대 기업 중 대기업·중견기업 수는 줄고, 중소기업은 늘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국내 연구·개발 투자 상위 1000대 기업 현황을 분석해 15일 내놓은 결과를 보면, 투자 규모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전인 2019년 53조6천억원에서 2020년 55조4천억원으로 3.35% 증가했다. 1000대 기업 정보는 산업기술진흥원 자체 집계(‘스코어보드’)에 바탕을 두고 있다. 1000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어 2008년 23조6천억원에서 2009년엔 6.65% 늘어난 25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기준 1000대 기업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163개, 471개로 전년보다 5개, 14개 줄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2019년 347개에서 2020년 366개로 19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당시엔 대기업(2009년 169개)과 중견기업(399개)이 전년보다 각각 1개, 3개 늘었고, 중소기업(432개)은 4개 줄었던 것으로 파악돼 있다.
산업기술진흥원은 “연구·개발 투자 순위가 낮은 구간(401~1000위)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이 높았으며, 특히 순위 901~1000위 구간에선 금융위기 때보다 증가율이 9.9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00대 기업의 재무비율 분석 결과, 코로나 시점에서 수익성(전년 대비 영업이익률 변화)은 0.87%포인트 개선됐지만, 성장성(매출액 증가율)은 2.41%, 안전성(자기자본비율 변화)은 0.47%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은 수익성(0.87%포인트)에서 개선됐지만, 성장성(-2.98%)과 안정성(-0.66%포인트)은 떨어졌다. 중견기업은 성장성 -2.37%, 수익성 +0.17%포인트, 안정성 +0.47%포인트였다. 중소기업의 개선 흐름이 두드러져 성장성 +28.66%, 수익성 +7.91%포인트였다. 안정성은 소폭(-1.26%포인트) 하락했다.
10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20년 기준 5.78%로 국내 전체 기업(법인세 신고 영리법인기업 79만9399개) 4.24%보다 높았다. 부채비율은 69.15%로 국내 전체 기업 118.34%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