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화물을 실어나르고 있는 선박. HMM 제공
수출 화물 국내 회항, 선박 운항 축소, 화물 항공 운항 중단….
10일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민관 합동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 전담반’(T/F) 회의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빚어진 국내 무역업계의 애로가 쏟아졌다. 수출 화물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 전담반은 산업부, 해양수산부, 중기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관세청, 코트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무역협회, 해운협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회의에서 물류업계 쪽은 “최근 우크라이나 항만의 입항 통제로 국내 화주의 수출 화물을 하역하지 못하고 국내로 회항하거나, 회항에 따른 높은 운송비 때문에 화물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로 향하던 선박의 운항이 축소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러시아-유럽 일부 구간 운송 중단으로 현지 우리나라 기업이 부품 조달 애로, 공장 가동 차질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분야의 어려움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한-러 화물 항공의 경우, 급유 차질 등에 따라 국적사의 러시아 모스크바행 화물 운항은 일시 중단됐고, 러시아 국적사(에어브릿지카고)의 화물기만 일부 운항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역협회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에는 물류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책반 설치 뒤 2주 지난 이 달 9일까지 총 148건의 물류 애로 건이 접수됐다. 애로 사항 전체 444건(312개사) 중 33.3%로, 대금결제 관련 244건(55.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한 예로, 러시아에 연간 10만달러 정도를 수출하는 자동차부품 중소 수출기업 ㄱ사는 총 7만5천달러 오더(주문) 중 대금결제·물류 난항으로 2만5천만달러의 오더가 취소됐고, 나머지 5만달러의 오더 또한 취소 위기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로 수출 물량을 운송 중인 ㄴ사는 함부르크 또는 로테르담에서 환적해 러시아로 운송해야 하는데 물류 봉쇄로 발이 묶여 있다.
여한구 본부장은 “코트라, 중진공, 무역협회 등 관계기관 채널을 통해 물류 애로가 속속 접수되고 있는 만큼 애로 내용과 현지 물류상황 확인을 통해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계기관이 힘을 합쳐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은 물류망 유지, 물류비 지원, 금융 지원, 수출선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중기부는 러-우 현지 항만 통제 등의 상황으로 수출 화물이 국내로 회항하거나 대체 목적지로 운항할 경우 해당 운송비와 지체료를 물류전용 수출 바우처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관세청은 국내로 회항할 경우 통관 때 간이 수입심사를 하고, 다른 국가로 재수출할 때는 반송신고를 즉시 수리하는 등 신속 통관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수출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 2천억원을 적기에 융자하고, 특례보증 신설·우대, 기존 융자·보증에 대한 만기 연장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진공은 우크라이나 사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대체 거래처 발굴을 위한 전담 무역전문가(‘고비즈코리아’)를 붙여 매칭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