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한 포드 자동차 판매소. 헌틀리/EPA 연합뉴스
내연기관 완성차 제조 회사에서 분사한 전기자동차 회사는 테슬라만큼 높은 시가총액을 달성할 수 있을까.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해 내연기관 사업부와 별도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포드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 전기차 사업부 분사, 왜? 포드는 지난 주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새 조직이 또다른 회사로 독립하는 건 아니다. 회사 내부의 별도 사업부로 운영된다. 전기차 조직의 분리는 2020년부터 월스트리트 등 미국 증권가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내용이다. 투자자들이 전기차 사업의 가치를 평가할만 한 근거가 미비해서란 이유가 달렸다. 포드도 이번 발표에서 전기차 사업부의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내연기관의 투자가치를 ‘제로’로 본다”며 “그들은 미래차에 투자하고 싶어한다. 전기차 사업의 별도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면 재평가를 해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가총액은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 한참 뒤처진다. 테슬라의 현재 시총은 8520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세계 자동차 판매량 1·2위를 겨루는 도요타(2160억달러)와 폴크스바겐(919억달러)의 시총은 테슬라에 한참 뒤처진다. 포드도 642억달러 수준에 그친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52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 1, 2위를 겨루는 도요타(2160억달러)와 폴크스바겐(919억달러) 시총은 테슬라의 4분의 1도 안된다. 2020년 1월 중국 상하이 행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전기차 사업부 분사는 또다른 장점도 있다. 독립된 조직의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우수 인력 확보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이미 독립 회사로의 분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조직은 너무 거대해서 의사결정이 느리지만,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면 인수합병이나 얼라이언스(동맹) 구축 등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차, 자율주행 등 새로운 분야의 인력은 몸값이 비싸다. 기존 조직과 분리하지 않으면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차·기아도 분사할까 그렇다면 국내 업체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어떨까. 두 회사 모두 공식적으로는 전기차 사업부의 분리 또는 분사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주가가 장기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친환경차 사업부 분사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현대차는 16만8천원(7일 기준), 기아는 7만1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각각 19.6%, 13.5% 하락했다. 신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포드의 결정으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지엠(GM)과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사업부 분리를) 굳이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며 “미국에서 이같은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경쟁사들이 구조적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면 현대차·기아도 이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현대차 제조공장 모습. 연합뉴스
다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해 내기 위해선 풀어야 할 매듭이 복잡하다. 먼저 인력 문제다. 전기차 사업부를 분리해 낼 경우, 내연기관 사업부에 남게 될 인력의 반발 등 진통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향후 완전히 사라질 내연기관과 앞으로 계속 성장할 전기차 사업부가 분리된다는 건 결국 추후 구조조정을 굉장히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연구개발(R&D) 조직을 어떻게 쪼개느냐다. 현대차·기아는 생산·판매법인은 따로 운영하지만 연구개발 부문은 두 회사가 공유한다. 만약 두 회사가 모두 전기차 사업을 분리해 낸다면, 연구개발 조직을 4개로 분할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마지막으로 국내 증권가의 화두로 떠오른 물적분할 이슈다. 배터리 회사인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 엘지화학에서 분사한 뒤 상장하면서 엘지화학의 주주가치 훼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물적분할은 모회사 주주가 분할한 회사 주식을 나눠 갖지 못한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서 배터리 사업부의 성장성을 보고 엘지화학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전기차 사업부 분사 시에도 동일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신윤철 연구원은 “물적분할은 분할된 회사가 상장을 한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적분할을 택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도 (주식을) 보장해줘야 하는 방식이다 보니 현대차·기아 입장에서 부담이 많이 따르는 방식이어서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