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체들이 조직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탄소중립’ 과제 수행과 ‘환경경영’ 강화를 위해 조직을 추스르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책임지는 조직과 임원 자리를 신설하거나 환경안전팀 등 기존 조직을 기후변화대응팀 등으로 확대·개편해 환경경영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게 하는 식이다.
14일 관련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엘지(LG)화학은 최근 시(C) 레벨(주요 의사결정자 지위)에 ‘시에스오(CSO)’ 자리를 신설했다. 기존 시에스오 자리의 에스(S)는 주로 ‘안전(Safety)’을 뜻하는 것과 달리, 엘지화학 시에스오의 에스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의미한다. ‘지속가능경영 최고책임자’(CSO) 자리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선 엘지화학이 처음이다. 엘지화학 시에스오는 유지영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겸직 중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 해소가 당면 과제이다.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 성장을 보장받지 못한다. 엘지화학이 최근 신사업에 대한 투자계획 등 장기 경영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례없이 ‘지속가능성’을 반복해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엘지화학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의제를 담당하는 지속가능전략팀, 대외협력팀, 사회적 책임(CSR) 부서 등도 모두 시에스오 관할로 이관했다.
한화토탈도 최근 ‘기후변화대응팀’을 새로 짰다. 환경 안전과 관련된 부서는 다른 기업에도 있으나, 조직 이름에 ‘기후변화’란 문구를 직접 넣은 경우는 드물다. 그동안은 대부분 석유화학 공장의 경쟁력을 총괄하는 ‘에너지관리팀’ 식으로 운영돼왔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기후변화대응팀은) 시작 단계의 이름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움직으로 보면 된다”며 “향후에는 탄소중립 추진과 관련해 공장의 전략을 움직이는 컨트롤타워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따로 ‘안전환경기획팀’을 운영 중이다. 환경·보건·안전 등에 대한 전사적 관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또한 ‘이에스지(ESG)경영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이에스지 경영관리팀’ 개편했다. 이 업체는 “환경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경영지원본부를 ‘이에스지 경영본부’로 개편하고, 산하에 ‘친환경부문’을 두어 탄소중립·환경경영 전략 등을 챙기고 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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