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이엔엠(CJ ENM)이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철회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씨제이이엔엠(CJ ENM)이 콘텐츠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겠다고 야심차게 발표했다가 돌연 재검토하기로 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액 주주들의 주가 하락 반발에 이어,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기업들의 물적분할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씨제이이엔엠은 9일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규제 환경 변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재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물적분할 방식으로 새 스튜디오 법인(가칭 스튜디오타이거)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추가 공시를 내놓은 것이다. ‘재검토 중’이란 말을 썼지만, 사실상 철회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앞서 씨제이이엔엠의 콘텐츠 제작부문 물적분할을 통한 스튜디오 전문 자회사 설립 계획 발표는 주가 하락과 주주 반발로 이어졌다. 핵심 사업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씨제이이엔엠은 2016년에도 드라마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한 뒤 이듬해 상장시켰다. 대선 후보들과 한국거래소 등이 물적분할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특성상 여론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씨제이이엔엠은 “물적분할 등 자금확보 방안을 재검토하는 것일 뿐 새 스튜디오 설립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새 스튜디오는 지난해 말 9300억원을 투자해 경영권과 지분 80%를 인수한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 콘텐츠’와 함께 콘텐츠 사업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다. 수준 높은 글로벌 콘텐츠 기획·생산 시스템을 융합한 전문 스튜디오 설립을 늦출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숙제는 물적분할 방법을 제외할 경우 새 스튜디오 설립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다. 씨제이이엔엠 내부에선 외부 반발이 큰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이나 별개 콘텐츠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분할은 모회사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라 주주들의 반발이 적을 수 있다. 씨제이이엔엠 관계자는 “물적분할 방식의 자회사 설립이 적절한지에 대한 재검토를 포함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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