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8일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을 발표하면서 일본 시장에 전기차 ‘아이오닉5’(왼쪽)와 수소차 ‘넥쏘'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본 도쿄 오테마치(大手町)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 일본 법인 현대모빌리티저팬 관계자들이 두 차종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12년 만에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2009년 말 철수한 바 있다. 현대차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향후 오프라인 거점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일본의 친환경차 수요와 인프라가 빠르게 확대된다는 전망에 따라 넥쏘(수소차)·아이오닉5(전기차)를 앞세워 친환경 차량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8일 일본 도쿄 오테마치 미쓰이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어 일본 승용차 시장 재참여를 선언했다. 현대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2009년 말 철수한 이래 12년 만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일본에서 버스 등 상용차 영업만 해왔다.
현대차의 넥쏘와 아이오닉5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 현대모빌리티저팬의 가토 시게아키 매니징 디렉터는 “(두 차량을) 올해 5월부터 주문 접수를 시작해 7월부터 인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판매 가격은 아이오닉5 479만엔(약 5000만원), 넥쏘 776만8300엔(약 8000만원)으로 정해졌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친환경차 판매 모델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일본 승용차 시장 재진출 시기를 재던 현대차가 지금 시점에 재진출을 전격 결정한 배경에는 일본의 친환경차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 현지 간담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변화의 중요한 키워드가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탈탄소화”라며 “일본은 특히 이 탈탄소화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일본은 전기차 시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작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 유럽은 72만대, 미국은 25만대에 이른데 비해 일본은 1만4604대에 그친다. 일본의 전체 판매 차량 대비 전기차 비중도 0.003%에 불과하다. 그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지난해 말에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를 30종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8조엔(약 8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도 2035년까지 신차 판매를 친환경 자동차로 100%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전기차 인프라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21년 3월 2만9200개에 불과한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까지 15만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넥쏘와 아이오닉5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통해 차량 검색·결제·배송까지 전 과정을 원스탑으로 진행한다. 오프라인에서 브랜드를 체험하고 구매 지원, 정비, 교육 등도 제공하는 ‘현대고객경험센터’를 올 하반기 요코하마를 시작으로 일본 주요 지역마다 설치할 계획이다. 현지 카세어링 업체 ‘솜포 모빌리티’와 손잡고 카세어링(차량 공유) 서비스도 제공한다.
장 사장은 “일본 시장에서 연료 전지 자동차, 전기 자동차 등의 ‘제로 에미션 비클’(친환경차)로 카본 뉴트럴(탄소 중립) 실현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지난 12년간 현대차는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계속해 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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