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왼쪽)과 주지홍 부회장. 사조그룹 제공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 주지홍 부사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한편으론 편법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주 부회장의 회사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뒷말도 많아 주목된다.
사조그룹은 2022년 정기인사에서 주지홍 그룹 식품총괄 본부장(부사장)이 식품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5일 밝혔다. 주 부회장은 1977생으로, 미국 미시간대 앤아버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2011년 사조해표 기획실장(부장)으로 입사했다. 차남인 고 주제홍 이사가 러시아 출장 중 사고로 사망한 다음 해인 2015년 사조그룹 식품총괄 본부장 자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후 주 부회장에 대해 편법 경영 승계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 하반기부터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가 그룹의 핵심 계열사 사조산업 지분을 23.75%까지 사들이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고 그룹 계열사 지배력을 확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지홍→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데, 그룹 물류·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사조시스템즈가 그룹 핵심인 사조산업을 지배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2016년 기준 사조시스템즈 매출은 318억원으로 사조산업(7021억원)의 5%도 안됐다.
사조시스템즈 성장 과정에서 매출의 상당 부분이 계열사들의 ‘일감 밀어주기’로 나왔다는 비판에서도 주 부회장은 자유롭지 않다. 2014년 기준 사조시스템즈 내부거래액은 70억원 수준인데, 주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후인 2016년엔 230억여원으로 3배 이상 커졌다.
2020년 말, 주 부회장의 개인회사 격인 캐슬렉스제주와 사조산업 소유(지분 79.5% 소유) 캐슬렉스서울의 합병 추진 과정에선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사업 부진으로 사실상 깡통 상태였던 캐슬렉스제주와 부동산 가치가 높은 캐슬렉스서울의 합병으로 주 부회장이 합병 법인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게 설계됐는데, 주 부회장이 막대한 이익을 편취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합병안은 사조산업 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조그룹은 이날 주 부회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성공적인 사업 재편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과 신제품 개발 및 제품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주 부회장은 이날 승진 이후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축해 그룹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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