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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중국 소재값 3배 폭등…새만금 태양광 모듈업체 “적자” 아우성

등록 2022-01-02 12:31수정 2022-01-03 09:09

새만금 태양광 사업 3년 현장을 가다
특수 기대했던 모듈업체 ‘악몽’
태양전지 생산가 3분의 1 달하는
폴리실리콘 가격 1년새 3배 뛰어
“계약 취소못해 납품할수록 적자”
지난달 27일 방문한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산업연구단지에 육상태양광 장비가 설치돼 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산업연구단지에 육상태양광 장비가 설치돼 있다.

정부는 2018년 10월 전북 새만금을 ‘세계 최고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은 2019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현재는 0.3기가와트(GW) 규모의 육상태양광 일부가 상업운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내년부터는 2.1기가와트(GW) 규모의 수상태양광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육상태양광이 설치돼 있는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북로 남쪽 지역은 도로명주소조차 부여되지 않았을 정도로 썰렁하다. 산업·연구 단지로 들어서는 화물차 행렬의 흐름을 쫓다 보면 저 멀리 대규모 육상태양광 시설이 보인다. <한겨레>가 이곳을 찾은 지난 27일 정오, 육상태양광 시설 위로 태양광 발전원인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졌다.

원자재 폭등 태양광 생태계 휘청
중국 전력난이 공급 부족 불러

전세계적 수요는 치솟는 상황

희비 엇갈린 기업들
셀·모듈 한화큐셀 대폭적자 낼듯

소재업체 OCI는 10년만에 ‘대박’

수급 불안 벗어날 방안은
공급망 다변화 중국 의존 줄이고

실리콘 탈피 차세대 기술 전환을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19년 이후 3년 사이, 태양광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업체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등 어려움을 호소하던 업체들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고, 반대로 기대감에 부풀던 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중국 전력난 발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가 국내 태양광 생태계까지 휘저은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이정도 사업비면 업체들도 충분히 수익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여러 이유’로 예상만큼 (수익이) 안 났어요.” 육상태양광 사업에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참여한 업체 관계자(익명 요청)가 이날 새만금에서 <한겨레>와 만나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7%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했는데, 5%를 내기도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사업은 1구역(총 3개 구역)에만 약 1400억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전력 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치 등을 고려해 산정한 사업비다. 특수목적법인 관계자의 ‘여러 이유’ 발언은 최근 아르이시 가격이 낮아졌고, 중국 전력난으로 원자재(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소재업체 웃고, 부품업체 울었다

태양광 설비 생산 과정은 폴리실리콘→웨이퍼→셀→모듈 단계를 거친다. 이 가운데 폴리실리콘과 웨이퍼를 생산하는 과정을 ‘소재산업’, 셀과 모듈을 만드는 과정을 ‘부품산업’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선 오씨아이(OCI)가 대표 소재업체고, 한화큐셀이 대표 부품업체다.

2019년 초까지만 해도 폴리실리콘 업체들의 하소연이 컸다. 당시 폴리실리콘 가격이 1㎏당 8달러 후반까지 떨어져서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한화케미칼은 그동안 함께 해오던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고 셀·모듈 제작에 집중하기로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선택이 운명을 뒤바꾼 결정이 됐다.

“최근 1년 새 급격하게 오른 원자재 가격 때문에 수익을 거의 못 냈어요. 사실상 적자 사업을 했다고 봐야죠.” 새만금 육상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한 태양광 모듈업체 관계자(익명 요청)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새만금 태양광 사업 참여로 회사 사정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납품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했다.

이 업체는 웨이퍼를 사다가 셀과 모듈을 만든다. 사업마다 다르겠지만, 태양광 업계에선 보통 200메가와트(MW)당 200억원가량의 매출에 영업이익은 5%(10억원)가 발생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업체는 이번 새만금 태양광 사업에서 예상 영업이익액에 버금가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새만금 태양광 사업 참여로 매출은 크게 늘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한 것이다. 이 업체는 “내년 시작되는 수상태양광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인데, 육상태양광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성 때문에 이게 가장 많이 사용된다. 태양전지의 특징은 생산원가에서 원재료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평균 30% 정도가 폴리실리콘 가격이다. 그런데 최근 1년 새 폴리실리콘 값이 급등했다.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태양전지 업체가 새만금 태양광 사업자와 모듈 납품 계약을 맺은 당시 폴리실리콘 가격은 1㎏당 10.8달러였다. 하지만 모듈 납품 시점인 올 10월에는 1㎏당 평균 35.2달러로 올랐다. 태양전지 생산가의 3분의 1이나 차지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3배나 오르며, 원재료 가격이 모듈 납품가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태양전지를 받치는 틀과 물류비까지 고려하면, 납품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 요인은 공급과 수요 양쪽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력이 필요한데, 최근 최대 생산지 중국에서 전력난이 발생했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자 태양광 중간 소재에 해당하는 웨이퍼 생산업체들이 증설 경쟁에 나섰다. 전력난으로 폴리실리콘 공급은 주는데 웨이퍼 생산 증가로 수요는 치솟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폴리실리콘 수급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은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엄청 많이 소모하는데 중국의 전력 사정이 최근 나빠지며 수급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에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고 셀·모듈 사업에 집중하기로 사업 방향을 튼 한화큐셀(지금은 한화솔루션의 모듈사업부문) 등 모듈업체들은 지난해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소재업체 오씨아이는 2011년(1조1179억원) 이후 10년만에 최대 영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산업연구단지에 육상태양광 장비가 설치돼있다.
지난달 27일 방문한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산업연구단지에 육상태양광 장비가 설치돼있다.

“공급망 다변화·차세대 기술로 전환 필요”

새만금 육상태양광 사업 참여 업체들은 치솟는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분을 모듈 납품단가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납품계약을 취소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물량이 큰 데다 대규모 후속 사업(수상태양광)도 예정돼 있어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업 규모가 큰 만큼 계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도 크다. 정부 사업이라 향후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낙인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부품업체들은 이런 상황이 수상태양광 사업 때도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이미 오른 폴리실리콘 가격을 반영해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납품 단계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태양광 모듈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변동 추이를 봐야겠지만, 전력난 사태 등으로 공급망에 혼란이 생기며 가격이 더 오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수상태양광 사업에 참여한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이와 관련해 “폴리실리콘, 웨이퍼를 중국 외 다른 경로에서 수급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새만금 태양광 사업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쉽지 않다. 새만금 태양광 같은 대규모 국책 사업은 여러 참여업체가 특수목적법인을 구성하고, 예상 수익 등을 산정해 사업계획서에 담아 제출하는 절차를 거쳐 계약을 따낸다. 계약 체결 뒤 사업비를 증액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업비를 증액하기 어려운 또다른 이유도 있다. 모듈 납품가 인상은 소비자 전기료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장은 “지속적인 모듈값 상승은 태양광 발전비용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발전사들의 의무할당제(RPS) 이행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기반 이외 태양전지로 대안을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 박사는 “태양광 업계가 중국 업체 중심으로 짜이면서 국내 실리콘 계열 공급사슬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단기적으로는 실리콘 계열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실리콘 계열에서 벗어나 차세대 기술로 전환하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만금/글·사진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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