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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여기도 저기도 ‘힐스테이트’…현대차 승계 위한 큰그림이었나

등록 2021-12-15 04:59수정 2021-12-15 12:47

‘힐스테이트’ 분양 늘면서 현대엔지니어링 공모가 상승
정의선 회장, 비상장사 합병·상장 통해 6천억원대 차익
서울의 한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조감도.
서울의 한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조감도.

대주주의 이해관계는 동네 아파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주변에서 ‘힐스테이트’ 아파트 분양 단지가 부쩍 많아졌다면 이는 현대엔지니어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분양 목표 물량을 지난해의 2배가 넘는 2만가구가량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누적 수주액도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회사인 현대건설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힐스테이트 아파트를 짓는다. 회사 쪽은 분양 물량을 늘린 이유가 “국내 주택 경기가 호황이라 다른 건설사들도 분양을 확대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파트 분양이 대주주에 미치는 영향

다른 영향도 있다. 내년 2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분양 확대는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재산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정 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보유 주식 534만주를 처분할 예정이어서다. 건설사는 수주한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과 이익을 반영한다. 수주와 분양이 늘면 회사의 이익이 커지고 이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기업가치와 기존 주주들이 시장에 내놓는 공모주 가격도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이는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의 전례와 정반대다. 삼성물산이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두고 래미안 아파트 분양 물량이 급감하자 시장에선 뒷말이 나왔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이 많고 대주주의 지분율은 낮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낮추려는 의도 아니냐는 거였다.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분양 물량과 대주주의 손익이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내력을 잘 아는 자본시장 전문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여년간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를 위한 현금인출기(ATM)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300억대 투자금, 18배 불어나기까지

정 회장이 엔지니어링 지분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과정을 보면 진통이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2014년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엠코 합병이다. 정 회장이 엔지니어링의 2대 주주로 올라서고 이번 지분 매각에도 나설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다.

당시 불거진 합병 비율 논란은 소액주주들의 소송으로까지 이어졌다. 정 회장이 최대 주주이자 국내 주택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엠코의 주식 가치가 고평가되고, 반대로 현대엔지니어링은 저평가돼 엔지니어링 주주들이 손실을 보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비상장사였던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1주당 가격(가치)은 각각 40만원, 7만원으로 정해졌다. 이를 토대로 제시한 합병 비율은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현대엠코 주식 0.18주, 즉 1 대 0.18이다. 정 회장이 엠코 보유 주식 5∼6주를 엔지니어링 주식 1주로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이 합병 이후에 나온 학계 논문 등을 참고하면 당시 합병 비율 산정엔 크게 3가지 문제가 있었다. 비상장회사의 주식 가치는 규정상 주주 몫인 기업의 순자산 가치와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 추정치를 반영해서 구한다. 그런데 엔지니어링의 미래 수익은 적게 계산하고, 엠코 쪽은 부풀렸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먼저 매출 추정 방식의 문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회사 쪽이 제시한 사업 계획에 따라 전력·인프라 등 주요 사업 분야에서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가정했다. 반면 현대엠코는 과거 국내 건설 경기 호조세를 반영해 안정적인 성장을 점쳤다. 또 장기적으로 두 회사의 성장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영구 성장률 0%)될 거라고 추산해 엠코의 단기 이익 성장이 부각되는 효과를 낳았다. 비교 기업을 현대엠코 쪽에 유리하게 선정한 것도 엠코 이익의 현재 가치가 커지는 데 기여했다.

한 회계사는 “합병 비율을 대주주 쪽에 유리하게 정해 소액주주의 부가 이전되는 결과를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2016년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현대엔지니어링 소액주주들이 회사가 합병 반대 주주의 주식을 더 비싸게 사줘야 한다고 제기했던 재항고를 기각한 것이다. 앞서 1심 법원은 “(기업의 미래)현금 흐름 추정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고 회사의 추정 자료가 가장 최신 자료를 쓴 것”이라며 “그러나 소액주주들의 주장엔 전문가의 감정 결과가 존재하지 않아 청구를 기각했다”고 판결했다. 회사 쪽이 합병 비율을 정할 때 대주주에게 유리한 사업 계획이나 내부 자료를 근거로 써도 반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의 20% 안팎을 그룹 일감으로 채우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현대차·모비스·기아가 발주한 현대차그룹 본사(GBC) 신축 공사도 엔지니어링이 7천억원 규모 일감을 담당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지난 2004∼2005년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과 현대엠코가 발행한 신주를 사들여 엠코의 최대 주주가 되는 데 들어간 돈은 모두 375억원이다. 그리고 최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앞두고 평가받은 엔지니어링 보유 주식 가치(공모가 7만5700원 기준)는 6740억원에 이른다. 22년 만에 18배 투자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과 위법은 하나도 없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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