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에너지솔루션의 오창공장 전경. 엘지 제공
다음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인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3가지 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우선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투자 열기 높은 전기차·배터리 분야 대기업이다. 상장 뒤 예상 시가총액이나 자금 조달액도 전례 없는 규모다. 신규 상장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개미(개인 투자자)가 부쩍 많아진 것도 관심이 높은 배경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 공모주는 투자 가치가 있을까. 회사 쪽이 지난 8일 공개한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를 통해 공모가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와 투자 위험, 전망 등을 따져봤다.
공모주 물량은 모두 4250만주다. 이중 일반인이 투자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 공모 주식 수의 25∼30%(1062만5천∼1275만주)다.
예상 공모가격은 1주당 25만7천∼30만원으로 회사 쪽은 정했다. 먼저 짚어볼 건 이 가격을 정할 때 어떤 기업을 참고 대상으로 삼았느냐다. 최근 상장에 나선 회사 중에 몸값 높은 외국 대기업을 비교군에 끼워 넣어 공모가를 뻥튀기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이 기준으로 삼은 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시에이티엘(CATL)과 6위인 삼성에스디아이(SDI)다. 전지를 만드는 글로벌 상장사 6곳 중 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흑자 기업을 추린 결과다.
공모주 투자 전문가 박동흠 회계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엘지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2위 기업인 만큼 외국과 국내 상위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잡은 건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살필 건 공모가 계산 방법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상대 비교 방식을 사용했다. 시에이티엘과 삼성에스디아이의 기업가치가 각사 현금성 영업이익(연간)의 몇 배인지 구한 뒤, 엘지의 배터리 사업 이익에 다시 그 배수를 곱해서 회사의 몸값과 주가를 산출했다. 이렇게 계산한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12조원, 주당 48만원의 주가다. 이 금액에 37∼46% 할인을 적용해 최종 공모가를 정했다.
눈에 띄는 건 여기에 일회성 이익 약 1조원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엘지와의 영업 비밀 침해 분쟁에서 진 경쟁사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올해 4월 엘지 쪽에 주기로 한 합의금 중 일부다. 공모가를 높이려 일회성 이익을 회사의 가치 평가에 포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엘지 쪽은 반박 근거를 투자설명서에 제시한다. 화재 위험이 있는 배터리 리콜 비용과 같은 일회성 비용도 가치 평가에 반영했으며, 일회성 이익과 비용을 모두 가치 평가에서 제외할 경우엔 예상 시가총액이 외려 122조원으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최병철 충북대 교수(경영학)는 “엘지가 공모가를 올리고 싶었다면 일회성 손익을 제외한 금액을 계산에 적용했을 것”이라며 “회사 쪽에서 공모가격 고평가 논란을 피하려고 신경 쓴 듯하다”고 말했다.
상장 뒤 전망은 어떨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경쟁사 시에이티엘의 시가총액은 현재 270조원을 넘는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나 배터리 생산 능력 차이 등을 고려해도 엘지 쪽 공모가가 높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상장 뒤에도 모회사 엘지화학이 엘지에너지솔루션 지분 82%를 보유하는 등 유통 주식 수가 제한된다는 건 단점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엘지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가 시에이티엘 대비 낮고 규모가 워낙 큰 대어인 만큼 흥행은 문제없을 거 같다”고 내다봤다.
중장기 투자자라면 따져볼 점이 더 있다. 투자 위험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회사 쪽이 투자 설명서에서 강조한 위험 요인은 크게 2가지다. 배터리 안전 문제와 경쟁 심화 우려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부터 최근까지 3년여간 배터리 리콜비 등으로 반영한 비용(판매보증 충당부채)은 3조원에 이른다. 회사 쪽은 설명서에서 “현재까지 진행한 리콜 외에도 일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근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전기차 소비자들이 엘지에너지솔루션을 배터리 결함 소송 대상에 추가했다.
신생 배터리 회사뿐 아니라 미국 테슬라, 독일 폴크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 대형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직접 생산에 뛰어드는 것도 위협적이다.
직원 이탈 가능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공모주는 법규상 전체 물량의 20%를 직원들로 이뤄진 우리사주조합에 우선해 배정하는데, 최근 공모가 대비 상장 뒤의 주가가 크게 뛴 회사에서 퇴사자가 줄을 이은 전례가 있어서다. 우리사주는 1년간 매도를 제한하기 때문에 주식을 처분해 단기 차익을 얻으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핵심 인력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셈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직원 수는 9100여명,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주식 수는 850만주로 1명당 평균 930주를 받는다.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르면 최대 2억8천만원 정도 차익이 생긴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몇 배 성장할 텐데 3억원 미만의 돈을 쥐기 위해 퇴사하는 이들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