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산업·재계

중국 배터리주 ‘훨훨’ 나는데 한국은 ‘빌빌’ 까닭은…

등록 2021-12-01 04:59수정 2021-12-01 09:18

시에이티엘 주가 올해 70% 가까이 급등
국내 배터리 대장주는 10% 넘게 급락
배터리 자회사 분사, 지분가치 할인 등 악재
에스케이(SK)온 파우치형 배터리.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에스케이(SK)온 파우치형 배터리.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중국 시에이티엘(CATL)의 시가총액(발행주식 수 ×주가)은 최근 우리 돈 300조원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70% 가까이 뛰며 전통주 제조사 귀주모태주에 이은 중국 본토 증시 시총 2위에 올랐다.

한국 배터리 회사 사정은 정반대다. ‘대장 주’로 꼽히는 엘지(LG)화학과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주가는 연초에 견줘 각각 22%, 16% 내렸다. 엘지는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 에스케이는 5위다. 개인 투자자들은 “요즘 세계 증시에서 전기차·배터리 주식에 돈이 몰린다는데 한국 주식만 왜 이러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선 각국의 증시 환경 탓은 아니다. 시에이티엘이 상장해 있는 중국 선전 증권거래소 지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6% 남짓 상승했다. 반면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상장한 한국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지수는 같은 기간 4% 내렸으나 주요 변수라고 보긴 어렵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배터리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한 게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상장될 배터리 기업이 따로 있어서 배터리 주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반면 시에이티엘은 순수 배터리 회사라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엘지화학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회사인 에스케이온은 올해 10월 각각 출범했다. 한국거래소가 30일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승인한 엘지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 증시에 입성할 예정이다. 에스케이온은 오는 2024년 이후 상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엘지화학과 에스케이이노베이션도 더는 ‘배터리 대장 주’로 대접받지 못하고 주가 역시 본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이야기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엘지화학 매출액의 45%를 차지하는 건 석유화학 사업이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 주가는 최근 실적 둔화 우려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주당 30만원을 넘었던 주가가 지금은 20만원에 턱걸이했다. 한 화학기업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 여파로 지난 3분기부터 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시장에서 당분간 이런 추세로 이어지리라 예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엘지화학 주가도 이젠 배터리가 아니라 석유화학 시황을 따라간다는 의미다.

반면 시에이티엘의 경우 상반기 매출의 69%가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했다. 나머지 매출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소재 사업 등에서 얻었다.

자회사 기업가치가 모회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할인 현상’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 원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엘지에너지솔루션이 별도로 상장해 시장에서 기업가치 80조원을 인정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엘지에너지솔루션 지분 100%를 보유한 엘지화학 시가총액에도 이 80조원이 그대로 더해진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한국 증시 사정은 다르다. 자회사 지분 가치가 대폭 깎여서 모회사에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다. 씨제이그룹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회사) 씨제이가 대표적이다. 씨제이는 주요 계열사인 씨제이제일제당(시총 5조3천억원)과 씨제이대한통운(2조8천억원) 지분을 각 40%씩 보유했지만 현재 시가총액이 2조3천억원에 불과하다. 씨제이처럼 자회사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순수 지주회사로 변신한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경우 배터리 사업부 분사가 주가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사의 배터리 투자금 조달을 받아들이는 시장 반응도 대조적이다. 중국 시에이티엘은 450억 위안(약 8조4천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지난 15일 이후 주가가 (15일 종가 대비) 약 10% 뛰어올랐다. 대규모 신규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에스케이온은 최근 신주를 발행해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투자금 3조원을 조달하려 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직후 이노베이션 주가가 5%(이달 26일) 급락했다.

시에이티엘의 주가 강세엔 다른 원인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에이티엘은 중국 정부가 밀어주는 대표적인 회사”라며 “과거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인 텐센트가 글로벌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갔던 것처럼 중국 당국의 후원을 등에 업은 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영향력 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성장 기대감도 남다르다는 얘기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