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스(LS)그룹 구자열 회장이 내년 1월1일자로 그룹 회장직을 사촌인 구자은(57) 엘에스엠트론 회장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그룹 쪽이 26일 전했다.
구자은 회장은 1990년 엘지(LG)정유(현 지에스(GS)칼텍스)에 입사해 엘에스전선 중국지역담당 상무, 엘에스-니코동제련 영업담당 전무, 엘에스전선 최고경영자(CEO), 엘에스엠트론 부회장을 거쳐 2019년부터 엘에스엠트론 회장을 맡고 있다. 그룹 쪽은 “(구 회장은) 전자, 상사, 정유, 비철금속, 기계, 통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았으며 2019년부터는 지주사 내 미래혁신단을 맡아 계열사별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 과제를 촉진하고 변화를 이끌어왔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엘지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엘에스그룹은 사촌 간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전통을 잇고 있다. 구인회 엘지그룹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셋째), 구평회(넷째), 구두회(다섯째) 3형제(‘태·평·두’) 집안이 돌아가면서 경영하는 방식이다.
구자열 회장은 고 구평회 회장의 장남, 구자은 회장은 고 구두회 회장의 장남이다. 엘에스 지배주주 일가는 9월말 현재 그룹의 양대 지주사인 (주)엘에스와 예스코홀딩스의 지분을 각각 32.2%, 68.4%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사업은 전선과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분야이다.
구자은 회장은 지배주주 2세로는 마지막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회장의 재임 기간에 비춰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는 시기는 10년 뒤쯤으로 예상된다. 초대 구자홍 회장은 2004~2012년까지 역임했고, 2대 구자열 회장은 2013년부터 재임 중이다.
그룹 쪽은 “(물러나는) 구자열 회장은 ㈜엘에스 이사회 의장으로서, 그동안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엘에스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신사업 발굴 등에서 차기 회장을 측면 지원하고 경영 멘토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엘에스그룹은 이날 인사에서 ㈜엘에스, 엘에스전선, 엘에스엠트론 등 9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명노현 엘에스전선 사장이 ㈜엘에스 최고경영자로, 구본규 엘에스엠트론 부사장이 엘에스전선 최고경영자로, 신재호 엘에스엠트론 부사장이 엘에스엠트론 최고경영자로 각각 선임됐다. 엘에스일렉트릭은 김종우 전 농심켈로그 대표이사 사장을 글로벌/에스이(SE) 시아이시(CIC·사내독립기업)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엘에스그룹의 이날 인사에 따른 승진자는 부사장 2명, 전무 6명, 상무 15명, 신규 이사 선임 24명 등 47명에 이른다. 최고경영자 선임 및 이동 12명, 외부 영입 1명 등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라고 그룹 쪽은 밝혔다. 엘에스 관계자는 “엘에스 3기 체제를 맞아 그룹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에스지(ESG)와 친환경으로 속도를 더하고 있는 전기화( Electrification) 시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리더를 대폭 발탁한 게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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