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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PD 출신 사업가, 쌍용차 품고 10년 뒤 테슬라 넘는다?

등록 2021-11-04 04:59수정 2021-11-04 14:44

쌍용차 인수 에디슨모터스, 3대 논란 팩트체크

주사위는 던졌다. 지난 2일 보증금 155억원을 완납했다. 계약을 물리면 날리는 돈이다. 그러나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몸집이 33배(매출 기준) 큰 쌍용차를 갖겠다는 거여서다. 쌍용자동차 인수를 앞둔 에디슨모터스를 향한 세 가지 논란을 살폈다.

①피디 출신에 사업 성공 경험? (O)

자산 1천억원 규모인 에디슨모터스가 유명세를 탄 첫 계기는 방송이다. 이 회사 강영권 대표가 지난해 10월 티브이엔(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방송사 피디(PD)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로 출연했다.

그가 근무한 방송사에 확인해봤다. 연세대 사회학과 79학번인 강 대표는 1985년 4월1일 한국방송(KBS) 공채 11기 피디로 입사해 1991년 4월13일 퇴사했다. 1991년 서울방송(SBS) 개국 때 회사를 옮겨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연출했다. 방송사를 관둔 건 1997년이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시엔 스타 피디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때라 유명한 피디였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알’(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에 많이 기여한 게 맞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에서 성공한 것도 사실에 가깝다. 에디슨모터스의 최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는 강 대표가 1998년 세운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씨에이에이가 이름을 바꾼 회사다. 강 대표는 자신과 본인이 최대주주인 씨에이에이가 나눠서 보유하고 있던 충북지역 폐기물 처리회사 이에스지청원 지분 모두를 2016∼2018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팔았다. 매각 금액은 1천억원가량이다. 폐기물 처리업이 국내에서 현금을 낳는 알짜 사업으로 주목받게 된 건 최근이다. 강 대표가 남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 목돈을 쥔 셈이다.

다만 강 대표가 방송에서 이 폐기물 처리회사가 지난해 6월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8천억원대에 매각된 것을 두고 “가만히 가지고 있었다면 꽤 많은 돈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데엔 과장이 섞여 있다. 이에스지청원을 인수했던 앵커에퀴티가 이후 다른 폐기물 업체를 추가로 사들이며 회사의 몸값을 높인 것이어서다.

②중국버스 수입하는 껍데기 회사? (X)

‘중국 버스 수입해서 파는 회사’. 에디슨모터스에 따라붙는 꼬리표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디슨모터스가 만드는 전기버스는 법규상 ‘메이드 인 코리아’가 맞는다.

에디슨모터스는 중국 자회사를 통해 중국산 배터리와 모터, 차체 등 주요 부품을 들여온다. 중국 버스와 겉모습이 비슷한 이유다. 그러나 국내에 차량 제조사로 등록하고 한국 공장에서 버스를 제작해 판매한다.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의 차대번호(자동차에 붙는 고유번호)는 한국산을 뜻하는 ‘K’로 시작한다. 순수 중국 수입 버스는 여기에 ‘LK’가 붙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관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할 순 없다”며 “다만 미국이 자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USA)’라고 인정하는 것처럼 내장재 일부만이 아니라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 핵심 부품을 국내산을 써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 차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중국회사에 넘어갔던 한국화이바의 옛 차량 사업부를 인수해 전기버스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 2017년이다. 에디슨모터스의 국내 시장 버스 판매 대수는 2017년 110대에서 지난해 330대로 3년 만에 3배 성장했다. 영업손익도 2017년 42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 내수 시장의 전체 버스 판매량 9천여대 중 에디슨모터스 비중은 3.6%다. 현대차, 자일상용차, 기아에 이은 4위다. 올해도 10월까지 3%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호응이 나쁘지는 않다. 올해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도입하는 전기버스 352대 가운데 가장 많은 111대가 에디슨모터스 차량이다. 현대차(53대)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선정한 제조사 9곳의 전기버스 중 개별 운수업체가 직접 마음에 드는 버스를 고르는 방식이다. 에디슨모터스 차량의 선호도가 높다는 뜻이다.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쪽 관계자는 “시내버스는 애프터 서비스(AS)가 특히 중요한데 현대차는 AS가 까다롭다”며 “에디슨모터스 전신인 한국화이바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를 써온 운수회사가 많고 에디슨 쪽 서비스도 나쁘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③10년내 테슬라 추월 기술력 보유? (△)

마지막 쟁점은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과 기술력이다. 강 대표는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탈바꿈해 10년 안에 미국 테슬라를 넘어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만한 능력과 실력이 있느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당장 쌍용차 경영권 인수와 기존 빚 정리에 들어가는 돈은 3100억원이다. 이중 2천억원가량은 에디슨모터스와 관계사 쎄미시스코(현 에디슨이브이), 티지투자 등 전략적 투자자가 대고, 나머지 1천억원을 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 2곳이 나눠서 부담한다. 인수 뒤 정상화까지는 최대 1조3천억원 정도를 더 투입해야 한다.

에디슨모터스 자체로는 자금력이 부족하다. 이 회사의 누적 적자만 약 250억원에 자본금을 까먹은 ‘부분 자본 잠식’ 상태여서다. 강 대표는 35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를 통해 쌍용차 인수자금을 다시 조달하고 있다. 쎄미시스코에서 에디슨모터스 쪽으로 넘어가는 자금은 이미 500억원에 이른다. 상장사를 활용한 강 대표의 개인적 수완에 전적으로 기대는 자금 조달 전략이다. 향후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1조원 이상의 자금 중 상당액도 금융회사 대출 등 외부 차입으로 끌어오겠다는 게 에디슨모터스 쪽 생각이다.

기술력도 짚어볼 점이 적지 않다. 에디슨모터스 쪽은 전기버스를 만들어본 경험과 자체 배터리 관리 기술 등을 강점으로 앞세운다. 자동차 업계 시각은 다르다. 전기차는 껍데기일 뿐 전기차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자동차 기능의 중앙 통제와 무선 업데이트,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코딩이 현재 1억줄이 넘어가며 10년만에 10배가 됐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과 전문 인력 확보 없이 전기차 기술력을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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