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분기 매출 7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디(D)램 가격이 4분기부터 떨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당분간 ‘9만 전자’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분기 경영실적(연결기준·잠정)을 집계한 결과, 매출 73조원, 영업이익 15조8천억원으로 추정됐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 9.02%, 영업이익은 27.94%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2분기에 견줘선 매출은 14.65%, 영업이익은 25.70% 증가했다. 분기 매출이 7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 영업이익도 반도체 초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17조57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메모리·비메모리 제품 모두 3분기 성수기 효과에 더해 가격이 오르고 물량은 늘어난 점 등이 2분기 대비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도현우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급격하게 상승한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하락),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파운드리 정상화로 인해 반도체 부문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 8월 출시된 3세대 폴더블폰(갤럭시Z 폴드3·플립3)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신제품의 3분기 실적 기여도는 낮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재 케이티비(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시장 수요는 기대 이상이나 출하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으로, 스마트폰 사업 실적 기여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봤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급격히 늘어난 수요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 등으로 한풀 꺾이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다운사이클에 진입할 거란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디램은 반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지난달부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음에도 주가가 8월11일 이후 7만원대를 못 벗어나는 이유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기록적인 잠정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전날 종가(7만1600원)보다 오히려 0.14% 떨어진 7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업계에선 과거 2년 수준이었던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주기가 1년으로 짧아진 만큼 내년 2분기까지 디램 값이 떨어지더라도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근 상황에선 반도체 가격이나 수요를 한 달 앞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삼성전자는 내년 평택 3공장(P3) 파운드리 완공과 신기술 3나노미터(nm)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발표하는 등 비메모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의 구조에선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공급부족을 겪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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